‘무패 복서’ 플로이드 메이웨더와 ‘종합격투기 챔피언’ 코너 맥그리거의 대결이 임박했다.
둘은 27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T-모바일 아레나에서 맞붙는다.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는 경기를 앞두고 이들을 보는 곱지 않은 시선도 존재한다. ‘막장 설전’ 때문이다.
맥그리거가 포문을 열었다.
그는 지난 달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미디어 투어에서 메이웨더를 ‘보이(boy)’라고 불렀다. ‘보이’는 과거 흑인을 모욕적으로 부르던 호칭으로 현재 미국에서는 금기어로 여겨진다. 인종차별 논란이 불거졌지만 맥그리거는 멈추지 않았다. 한 토크쇼에 출현해 영화 ‘록키 발보아’를 언급하며 흑인을 ‘춤추는 원숭이(dancing monkeys)’에 비유했다.
맥그리거의 인종차별 발언은 처음이 아니다.
그는 과거 UFC 202 상대였던 네이트 디아즈를 히스패닉을 얕잡아 부르는 말 ‘바퀴벌레(cockroach)’, ‘촐로(cholo)’로 부른 적이 있다.
메이웨더도 곧바로 응수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맥그리거 말에 신경 쓰지 않고 경기에 집중하겠다”면서도 “맥그리거와의 대결은 전 세계 흑인들을 위한 싸움이 될 것”이라 선언했다.
하지만 메이웨더라고 비판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메이웨더는 맥그리거를 비난하며 ‘faggot(호모라는 뜻의 속어)’, ‘bitch(암캐라는 뜻의 속어)’ 등의 단어를 언급했다. 이들은 각각 남성 성소수자와 여성을 비하하는 말로 트위터에서 많은 논란을 야기했다. 더불어 전 여자친구 조시 해리스 폭행 혐의까지 다시 불거지면서 메이웨더 역시 ‘차별주의자’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맥그리거와 메이웨더가 벌이는 막장 설전은 최근 미국 버지니아주 샬로츠빌에서 일어난 백인 우월주의자 폭력 시위와 맞물려 미국 사회에서 예민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의 종합 일간지 USA투데이 칼럼니스트 낸시 아무르는 “샬로츠빌에서 일어난 일처럼 큰 사건의 혐오와 편견을 비판하는 것은 쉽지만, 혐오가 오락거리로 왜곡되어 나타났을 때는 맞서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떠한 형태로든 혐오를 수용하는 것은 그것(혐오)을 인정하는 것이며, 인정하는 것은 (혐오를) 견고하게 만든다”며 “메이웨더와 맥그리거는 99.95달러(유료 시청 서비스 가격)가 아니라 비난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프로야구(MLB) 사무국은 인종과 성(性)에 관련된 각종 혐오 발언을 적극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팬 행동 수칙’을 내정해 30개 구장에 적용하기로 했다. 지난 5월 미국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 펜웨이 파크에서 보스턴 레드삭스 팬들이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흑인 외야수 애덤 존스에게 인종차별 발언을 퍼부은 것이 계기가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미식축구리그(NFL)에서도 경찰의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뜻으로 ‘국민의례 저항’을 선도했던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의 쿼터백 콜린 캐퍼닉을 두고 NFL 팬들 간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오희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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