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순직 女사무관 자리 찾아 물끄러미 응시
세종청사 방문에 맞춰 동료 직원 위로ㆍ격려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기획재정부 등 경제부처의 업무보고에 앞서 보건복지부 복지정책관실을 깜짝 방문했다. 취임 후 첫 정부 세종청사 방문을 겸해 예정에 없던 복지부 복지정책관실을 찾은 이유는, 올해 1월 세 자녀를 둔 워킹맘으로서 휴일 근무 중 과로로 순직한 김모 사무관이 일했던 부서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복지부 직원들의 안내를 받아 김 사무관이 일하던 자리로 향했다. 다소 무거운 표정으로 물끄러미 김 사무관의 자리를 지켜봤다.
문 대통령은 김 사무관의 동료들에게 “업무보고를 받으러 내려오는 길에 김 사무관 자리를 들러보고 싶었다”며 “그나마 이른 시일 내 순직으로 인정돼 다행스러운데 같은 부서에서 일하는 분들이 가슴 아플 것 같다”고 위로했다. 문 대통령은 순직이 알려졌을 당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과로로 숨진 여성 공무원의 소식에 또 한 번 가슴이 무너진다”며 위로를 전한 바 있다. 김 사무관이 일했던 복지정책관실은 기초생활보장 취약계층 지원, 노숙인 복지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로, 격무가 많아 복지부 내 기피부서로 꼽힌다.
문 대통령은 “새 정부가 복지 정책에 관심을 쏟고 있어 더욱 업무가 늘지 않았을까 걱정된다”며 “여러분들에게 짐이 되지 않을까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며 근무 여건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동료 직원들은 김 사무관의 순직 이후 휴일 근무를 하지 않고 유연 근무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배석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복지 공무원들의 복지를 책임지지 못하면 국민 복지는 어떻게 책임지겠느냐”고 웃으면서 말하고 “제가 연차도 사용해야 한다고 솔선수범하려는데, 국ㆍ과장님들 직원들 연차 휴가 다 사용할 수 있도록 보장해 주실 건가요”라고 묻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다른 부처에 비해 근무 인원이 20~30% 부족하다는 지적을 듣고 “복지국가로 가면서 복지 업무가 늘어나서 그런 것 같다”며 “직무평가 분석을 통해 충분히 재배치하고 필요한 부서에 인력을 늘려나가는 게 필요할 것 같다”고 답했다. 또 세 자녀를 둔 다른 남성 직원의 이야기에 “아빠들의 육아휴직 사용 실태는 어떤가"”라며 남성 육아휴직에 대한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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