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요 외신은 25일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유죄 판결 소식에 대체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은 계기가 됐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권력형 비리에 연루된 한국 최대 재벌 후계자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해외 언론은 1심 선고를 ‘세기의 재판’으로 부르며 공판 내용을 실시간 타전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삼성 후계자 블록버스터 재판에서 유죄 판결 받다’는 제하의 서울발 기사에서 이 부회장의 실형 선고를 “정경유착의 단죄를 촉구한 시민 쿠데타”로 규정했다. 신문은 “그 동안 한국 재계 총수들에게 가벼운 형벌을 내리는 관행이 깨졌다”며 “이제 한국 정치 지도자들은 6ㆍ25전쟁 이후 경제강국을 건설하는 데 기여했지만 부패 온상이 돼온 거대 가족경영 기업들에 압력을 가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보수성향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재벌은 한국은 가난에서 건져내는 데 일조했다고 평가되나 최근 들어 정부와 사법부로부터 우대를 받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며 정치ㆍ경제 권력의 관계를 재조명했다.
일본 주요 신문은 호외까지 발행하며 큰 관심을 보였다. 아사히(朝日)신문은 “한국에서는 공익성 높은 재판은 법원 허가로 TV중계가 가능하지만 이번엔 중계도 사진촬영도 불허했다”고 서울 현지 분위기를 전하면서 “이 부회장이 아무리 세계적인 기업을 이끈다 해도 법은 평등하게 적용돼야 하고 유죄가 당연하다”고 평가했다. NHK방송은 “이 부회장의 실형 선고는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업 차질과 후계구도 등 삼성의 불확실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판결은 삼성의 세계적 명성과 장기전략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논평했다. FT는 “스마트폰으로 잘 알려진 삼성전자는 국민의 일상을 지배하는 ‘거대 제국’”이라며 “그러나 이 부회장 유죄 판결로 2014년 아버지 이건희 회장의 투병 이후 기업을 승계하려는 이 부회장의 계획은 물론, 계속 가족경영이 유지돼야 하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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