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순 문을 연 전북 부안 곰소염전 앞 슬지네 찐빵카페 2호점. 이곳 찐빵 가게에 손님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는 마스코트가 있다. 흰색 털과 미소를 뽐내며 손님들의 눈길을 한번에 사로잡는 사모예드 종 ‘빈이’다.
사실 빈이는 부안 읍내를 떠돌던 유기견 이었다. 지난 2월 슬지네 삼남매의 막내 김종우씨는 자신을 쫓아온 빈이에게 소시지를 사서 나눠주고 헤어졌다. 며칠 후 김씨는 집 앞으로 다리를 절뚝이며 찾아온 빈이를 발견했고, 급한 대로 외할머니 댁에 빈이를 맡겼다.
이후 동물병원을 오가며 빈이를 치료하기 시작했고 가족들은 정이 든 빈이를 입양하게 됐다.
삼남매는 가족들이 없으면 불안해 하는 빈이를 위해 찐빵가게 1호점으로 함께 출근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음식을 만드는 곳이다 보니 어른들은 반대했지만 위생에도 문제가 되지 않고, 손님들도 예뻐하기 시작해 함께 출근하는 걸 허락하게 됐다. 슬지네찐빵 창업주인 김갑철 대표는 오히려 매장을 들르는 손님들에게 빈이 자랑을 하고, 산책도 도맡아 시킬 정도로 빈이 사랑에 빠져있다.
이달 중순 2호점이 문을 열고 삼남매도 2호점으로 이동하면서 빈이도 함께 오게 됐다.
삼남매는 사실 빈이가 오기 전부터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짧아 외로움을 타는 리트리버 ‘레드’(1세·암컷)를 데려오기로 했었다. 1개월 전 레드도 슬지네 찐빵 가족으로 합류를 했는데 털이 많이 빠지는 시기인데다 빈이와 서서히 친해지는 시간을 갖기 위해 당분간은 빈이만 찐빵가게로 데려오고 있다. 김슬지 대표는 “둘이 친해지면 2호점에는 빈이와 레드가 함께 있는 날도 기대해 봐도 좋다”고 설명했다.
빈이와 레드의 이름은 영어 팥을 뜻하는 레드(red)+빈(bean)에서 따왔다. 찐빵의 핵심 재료가 되는 팥에서 영감을 얻은 이름으로, 가족에게 레드와 빈은 그만큼 소중한 존재라는 뜻을 담았다.
김 대표는 “빈이와 레드는 순한 성격에 사람을 너무 좋아한다”면서도 “감정이 있는 존재들이라 가끔은 스트레스를 받기도 해 상황에 따라 손님들을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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