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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또 탁현민'

입력
2017.08.25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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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밴드의 음악에 맞춰 참석자들이 어깨를 들썩거릴 때만 해도 그는 그런 혹평이 나올 줄 몰랐을 것이다. 무대 위 아래로 나눠 앉은 청와대 비서진 및 장관들이 국민인수위원과 몇 차례 질의응답을 가진 뒤 '주인공' 문재인 대통령이 등장하는 토크쇼를 기획하면서 그는 또 한번 찬사를 기대했을 것이다. 대통령 취임식, 5ㆍ18과 6ㆍ10 기념식, 100대 국정과제보고회, 취임 100일 기자회견 등 주요 행사마다 늘 그래왔으니 말이다. 하지만 '찰떡도 한두 끼'라고 했다. 파격도 지나치면 식상하고, 소통도 '쇼통'의 쉰 냄새를 풍기는 법이다.

▦ 탁현민 청와대 선임 의전행정관이 기획했다는 20일 밤 '문재인 정부 100일 국민보고대회' 이야기다. 100일 청와대 기자회견의 여진도 가시지 않은 휴일 저녁 황금 시간대에 60분간 진행된 이 행사는 공중파 3사와 보도채널 2사 등 5개사가 동원돼 생중계됐다. 하지만 5사 합계시청률이 10% 남짓할 정도로 흥행은 미미했고, '집권세력의 전파 독점ㆍ낭비'라는 뒷말과 '알맹이 빠진 일방적 정권홍보'라는 비판을 낳았다. 대통령 지지도에 양념을 얹고 색깔만 입히면 박수받는 성공방정식에 취한 결과, 국민의 입맛을 너무 쉽게 본 탓일 게다.

▦ 문 대통령은 2011년 자서전 '운명'의 북콘서트 이후 탁 행정관과 인연을 이어왔지만 그의 청와대 입성은 당청 가교역인 김경수 의원의 작품이다. 김 의원은 왜곡된 젠더 의식을 드러낸 탁 행정관의 저서 논란으로 야당 및 여성계의 사퇴 요구가 빗발친 지난달 중순 "(본인은 극구 사양했지만) 친구나 이웃집 아저씨 같은 대통령의 꿈꾸는 문 대통령의 의지를 가장 잘 이해할 적임자라고 생각해 설득하고 추천했다"고 밝혔다. 행간에는 치기 넘쳤던 과거 행적 때문에 일방적으로 매도되는 탁 행정관에 대한 안타까움도 배어 있었다.

▦ 이즈음 탁 행정관은 "주어진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때가 물러날 때"라면서도 "조만간 청와대 생활을 정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매듭되는 듯했던 그의 거취문제에 다시 불을 지핀 것은 그의 해임을 청와대에 건의하겠다던 정현백 여성부 장관의 "의견을 전달했으나 결과에 무력했다"는 토로다. 이 발언을 받아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정 장관은 잘 전달해줬고, 우린 (대통령의 인사권을 존중해) 종합적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탁 행정관 거취는 100% '대통령 영역'이라는 얘기다. 야당이 그를 쉽게 놔줄 수 없는 이유도 된다.

이유식 논설고문 jstino5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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