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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공장식 사육의 종말이 시작됐다

입력
2017.08.25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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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일어나버렸다. 좀처럼 벌어질 것 같지 않았는데, 놀랍게도 우리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다. 달걀에 뿌리는 살충제 파동이 전국을 강타한 것까지는 그리 놀랍지 않았다. 또 하나의 축산업 관련 악재겠지. 한 번이라도 현대식 축산이 실제로 벌어지는 현장을 목격한 사람이면 그곳으로부터 발생하는 각종 질병과 재앙 소식이 당연한 인과응보로 느껴진다. 광우병에, 돼지 구제역에, 조류독감에, 그리고 그 생지옥 같은 살처분에... 그런데 이 엄청난 일들의 연속에도 그동안 우리 사회는 굳건히 입을 닫았다. 호들갑을 떨고 난리를 쳤지만 근본적 원인이자 진짜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는 함구한 채 그냥 ‘넘어 가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지금은 다르다. 어쩌면 정말로 그토록 그리던 변화의 가능성이 도래한 것일까?

세상은 역시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언론도, 대중도, 심지어는 대통령까지 나서서 발언하고 있다. 그렇다. 이 땅에서 최초로 가축의 공장식 사육 문제가 공론화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비판은 언제나 있어 왔다. 양심적 학자, 공무원, 수의사, 운동가, 그리고 시민은 극한의 반생명적 사육 실태를 고발하고 개선을 촉구해 왔다. 그러나 번번이 묵살되거나 극단적 소수의견으로 치부되곤 했다. ‘가축 전염병 상주국’이라 불릴 정도로 질병이 끊임없이 창궐하는 가운데에서도 공장식 사육은 ‘필요악’ 등의 수식어로 변호되거나, 아예 공격의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언제나 문제는 애꿎은 철새나 허술한 검역시스템이나 정부의 대응책 등등. 정작 재앙의 원흉은 유유히 칼날을 비켜갔다. 이번엔 과연 다를 것인가.

기회란 왔을 때 잡아야 하는 것이다. 한 번 ‘뜬’ 이슈라도 제대로 된 변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오히려 안 다루느니만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해결이 안 되었기 때문에 다시 재기해야 함이 마땅한데도, 사회적 피로가 쌓이고 나면 해결을 위한 사회적 의지가 감퇴해 결국 정체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공장식 사육을 지속하고 싶은 세력이 원하는 바이다.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는 것이 당연히 이익인 축산업계와 낙농업계, 그리고 이에 의존하는 식품업계와 외식산업계, 모두 숨죽이며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이 불안한 기세가 꺾이길, 그들은 바라고 있다. 스스로를 일반인이라 여기는 많은 이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고기나 달걀의 가격은 그대로이되 그저 질병과 살충제만 떨어져 나가길 대책 없이 기원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기회의 시간은 지나가 버릴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금이 중요하다.

문제가 불거지고 올바른 이성이 작동하는 지금, 공장식 사육의 중단 및 개선을 위한 모든 제반 논의와 조치가 일어나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공장식 사육의 탈피의 필연적 결과인 축산물 가격상승을 우리사회가 진정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더 나은 조건에 가축을 키운다면 더 비쌀 수밖에 없고, 면적의 제한으로 생산량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축산물이 귀해진다는 것이다.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서 공장식 사육을 반대한다는 것은 뻔뻔한 모순일 뿐이다. 고기가 귀해진다는 것은 고기를 덜 먹는 것을 의미한다. 매 끼니마다 밥상에 고기를 올렸다면 그 횟수를 대폭 줄여야 한다. 삼겹살이나 치킨을 서민음식으로 칭하는 문화도 모두 바뀌어야 한다. 아동노동력 착취 등으로 싸게 생산되는 공산품이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듯이, 동물을 반인륜적으로 키워 생산한 축산물도 설 자리가 없어야 한다. 그리고 ‘친환경’ 또는 ‘동물복지’ 등을 표방한 인증 제도를 시행하는 이상, 그 인증의 의미에 최소한의 진정성과 엄격함이 담겨야 한다.

축산물에 대한 우리의 애착과 의존도와 자체를 건들지 않고서는 이 재앙과 질병의 끊임없는 순환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이 기회를 놓치지 말자.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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