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의 독주로 끝나는 듯했던 정규시즌 우승 향배가 두산의 ‘역대급’ 추격으로 뜨거워지고 있다.
24일 현재 선두 KIA(69승1무42패)와 2위 두산(67승2무46패)의 승차는 불과 3경기다. 이 격차는 불과 열흘 전만 해도 8경기였다. 보통 3경기 차를 따라 잡으려면 한 달이 걸린다고 하는 데다 전력이 가장 안정적인 1, 2위 팀의 격차가 이렇게 순식간에 좁혀지는 건 이례적이다. 두산은 후반기 33경기에서 무려 25승(1무)를 쓸어 담았다. 독보적인 후반기 승률 1위다.
두산은 22년 전 비슷한 상황에서 드라마를 일군 적 있다. 1995년 전신인 OB가 2위 LG를 0.5경기 차로 따돌리고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는데 당시 OB는 8월 27일까지 LG에 6경기 차 뒤진 2위였다. 당시에는 경기수도 지금보다 적었기 때문에 이를 뒤집기는 상당히 어려웠다. 그러나 OB는 9월부터 18승6패, 승률 7할5푼을 기록하며 선두 LG를 추격한 끝에 기적적인 역전 레이스로 1위 자리를 점령했다. 최종결과는 두산이 74승47패5무(0.607)로 1위, LG가 74승48패4무(0.603)로 2위였다. 대역전 우승의 기세를 이어 한국시리즈까지 제패한 두산에겐 ‘미러클 두산’이라는 수식어가 이 때부터 붙었다.
두산이 1995년을 떠올리고 있다면 KIA는 2009년의 아찔했던 경험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KIA는 2009년 정규시즌 종착역이 가까워 오던 8월24일까지 2위 두산에 4경기, 3위 SK에 5.5경기 앞선 선두를 유지했다. 그런데 당시 김성근 감독이 이끌던 SK가 기적의 행보를 시작했다. 이후 시즌이 끝날 때까지 20경기에서 단 한번도 지지 않고 19승1무라는 경이적인 성적을 낸 것. 다행히 KIA도 9월 16승8패로 좋은 성적을 거뒀기에 정규시즌 우승은 지킬 수 있었지만 시즌 최종 성적은 2위 SK에 승차 없이 승률에서 앞선 1위였다. 간담이 서늘해진 막판 레이스를 경험했지만 1위를 지키며 한숨을 돌린 KIA는 한국시리즈에서도 SK를 4승3패로 꺾고 통산 10번째 정상에 올랐다.
그만큼 야구에서 ‘흐름‘과 ‘멘탈’은 큰 비중을 차지한다. KIA는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반면 잃을 것 없는 두산의 기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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