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여야를 넘나들며 피아(彼我) 구분 없이 정적을 공격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등 민주당 인사는 물론이고 여당이지만 대통령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공화당 수뇌부에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은 24일(현지시간) 최근 클린턴 전 장관과 제임스 클래퍼 전 국가정보국(DNI) 국장을 향해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클린턴 전 장관은 최근 공개한 자서전 발췌본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불쾌한 인물로 묘사했고, 클래퍼는 인터뷰에서 국가 원수로서 트럼프 대통령 자질에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서 “의회에서 거짓말한 것으로 유명한 클래퍼가 이제는 도널드 트럼프 전문가 행세를 한다”고 비꼬았다. 2013년 당시 클래퍼 DNI 국장이 상원 청문회에서 “국민 개인 정보를 모으지 않는다”고 답했다가 곧바로 “고의로 수집하지는 않는다”고 정정한 대목을 꼬집은 것이다. 이어 그는“클래퍼가 내게 보낸 '아름다운 편지'를 여러분에게 보여줄까”라고 밝혔다. 클래퍼 전 국장이 자리 보전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부적절한 충성맹세를 했을 수도 있는 것처럼 묘사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의중을 가장 잘 대변한다는 평가를 받는 켈리엔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도 공세에 나섰다.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 클린턴의 자서전에 대해 "클린턴은 역사를 만드는 데 실패했고, 변명하는 데는 성공했다"고 악평했다. 또 “이런 것이 바로 '돌팔이 정신과 의사'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아이디어와 의제를 상실한, 지금의 전형적인 민주당을 상징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핵심 대선공약인 오바마케어 폐지 및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과 관련해 갈등을 빚고 있는 공화당 지도부도 공개적으로 공격했다. 그는 트위터 게시물을 통해 7년 동안 변죽만 울린 채 오바마케어 폐지에 노력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총무를 비판했다. 또 매코널 총무와 폴 라이언 하원의장을 함께 싸잡아 ‘연방정부 부채한도 법안’을 제때 처리하지 않았다고 공격했다. “재향군인법에 해당 조항을 넣어 처리할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 바람에 민주당 반대에 직면하게 됐다”며 “쉬웠던 일이 완전히 뒤죽박죽(mess)이 됐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뒤죽박죽’이라는 표현을 쓰면서까지 여당 지도부를 공격하자, 부채한도 증액 실패로 연방정부 폐쇄가 현실화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워싱턴=조철환 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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