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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 영향” 쇄빙선 없이 북극권 통과한 수송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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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 영향” 쇄빙선 없이 북극권 통과한 수송선

입력
2017.08.25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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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빙선 없이 북동항로를 통과한 세계 최초의 쇄빙 LNG수송선 크리스토프 드 마제리호. 소브콤플로트 프레스오피스
쇄빙선 없이 북동항로를 통과한 세계 최초의 쇄빙 LNG수송선 크리스토프 드 마제리호. 소브콤플로트 프레스오피스

자체 쇄빙 기능을 갖춘 대형 수송선이 역사상 처음으로 쇄빙선 없이 얼음으로 뒤덮인 북극 근처 항로를 통과했다. 서구 언론은 기후변화가 북극권 지역까지 영향을 미치는 증거라고 전했다.

24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과 일간 가디언 등의 보도에 따르면 액화천연가스(LNG) 수송선인 크리스토프 드 마제리호는 7월 29일 노르웨이 함메르페스트 서쪽 젤코야섬 항구를 출발, ‘북동항로(러시아 북쪽 해상을 운행하는 항로)’를 경유해 19일만인 지난 17일에 한국의 충남 보령시에 도착했다. 이는 이집트 수에즈운하를 통과하는 전통 항로를 이용할 때 소요되는 시간을 약 30% 단축한 것이다.

크리스토프 드 마제리호를 보유한 러시아 해운사 소브콤플로트에 따르면 이 수송선은 서시베리아 야말반도에 매장된 천연가스를 운반하기 위해 한국 조선기업 대우조선해양이 특별제작한 ‘세계 최초의 쇄빙 LNG수송선’이다. 두께 약 1.2m 정도의 얼음은 자체적으로 설치된 쇄빙기를 이용해 쇄빙선 도움 없이도 뚫고 지나갈 수 있다. 이번 항해에서는 7월 31일 북동항로의 서쪽 기점인 노바야제믈랴제도 북쪽 끝 젤라니야곶에서 출발해 8월 6일 아시아 동쪽 끝 데즈뇨프곶에 도착했는데 이는 북동항로 최단 항해 기록이다.

빌 스피어스 소브콤플로트 대변인은 BBC에 “과거에는 여름에서 가을까지 약 4개월간 북부항로를 이용할 수 있었고 그나마도 쇄빙선의 호위가 필요했다. 이제는 야말반도 항구 사베타에서 서쪽으로는 1년 내내 운행할 수 있고, 동쪽 루트도 1년에 절반 기간은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정부도 2020년에는 북동항로의 이용횟수가 현재 10배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러시아는 북동항로 이용이 활발해지면 시베리아의 지하자원 개발도 활발해지고 유럽의 가스수송관에 대한 의존도도 줄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8월 19일 한 북극곰이 북극의 한 얼음덩어리 위에 서 있다. 북극=타스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8월 19일 한 북극곰이 북극의 한 얼음덩어리 위에 서 있다. 북극=타스 연합뉴스 자료사진

환경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북극권마저 영향을 받으면서 해운사가 북동항로까지 적극 이용하려 나서고 있다고 봤다. 사우샘프턴대학의 해양학자 사이먼 복설은 가디언에 “지금 당장 모두가 온실가스 배출을 멈춰도 북극의 얼음이 줄어드는 것은 당분간 막을 수 없는 추세”라며 “해운사가 ‘확실한 베팅’을 한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서항로(북아메리카 북쪽 항로)는 이미 많은 선박들이 이용하고 있고 북동항로도 2010년부터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북동항로가 기후변화로 인해 열리기는 했지만 그 항로를 이용하는 것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복설은 북서항로와 북동항로는 운항여건만 나아지면 소요시간도 짧고 자연히 연료도 적게 든다며 “기후변화가 유일하게 환경보호에 도움이 되는 아이러니한 사례”라고 말했다. 반대로 북동항로 물동량 증가가 환경파괴를 가속화할 것이란 지적도 있다. 환경보호단체 ‘위험에 처한 바다’의 존 맥스 선임정책조언가는 “해운사고나 기름유출로 환경파괴가 가속화될 우려가 있으며 운항하면서 배출하는 연료 찌꺼기도 얼음을 더 많이 녹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스피어스 대변인은 “마제리호는 친환경적 최신기술로 황산화물 배출량을 90%, 아산화질소 배출량을 80%까지 떨어트렸다”고 설명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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