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 이외 종교들 과세 찬성... 개신교도 일부만 반대 모양새

한국납세자연맹과 종교자유정책연구원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4일 국회 정문 앞에서 '종교인 과세 유예법안 발의 국회의원 사퇴 요구 기자회견'을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목사가 교회를 섬기는 게 아니라 교회가 목사를 섬기는 실태를 들키기 싫은 거지요. 조금 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자신들이 받는 거액 연봉을 노출시키는 게 싫은 거고요. 교단이 아니라 무슨 연합회 같은 것을 통해 발언권을 지닌 일부 대형 교회 목사님들만 반대하는 이유입니다.”

24일 종교인 과세 논란에 대해 수도권 A 목사는 울분을 터뜨렸다. “교인 2,000명이 넘으면 제법 규모가 큰 교회에 속합니다. 이 교회들이 교단에 보고하는 헌금수입 내역을 보면 5,000만원을 못 넘기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통 크게 목사 몫으로 50%를 떼준다 해도 그 분들 연봉은 2,500만원이 채 안 되는 거에요. 작은 교회나 개척 교회 목사님들이야 더 말할 필요도 없고요. 납세증빙이 없어 제1금융권도 이용 못하고, 생계가 안돼서 목사 이외 다른 직업을 갖게 해달라는 ‘이중직’ 요구가 나오는 게 현실인데 왜 반대하겠습니까. ‘종교인 과세를 개신교계만 반대한다’라는 얘기만큼은 안 나왔으면 좋겠어요.”

1968년 처음 추진된 뒤 2018년 50년 만에 도입되는 종교인 과세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일부 보수적인 대형교회의 목소리가 과대 포장되고 있다는 반론도 쏟아지고 있다.

개신교 이외 종교는 종교인 과세를 시행하자는 입장이다. 조계종은 종단의 소임을 맡은 스님들은 원천징수 형식으로 이미 세금을 내고 있다. 일선 스님들의 경우 절 규모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제법 큰 사찰이라 해도 소임에겐 월 100~200만원, 주지에겐 400만원 정도 지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큰 영향 받을 일이 없다. 물론 걱정 없는 건 아니다. 일부에선 현황 파악조차 어려운 1인 사찰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조계종 관계자는 “1인 사찰이 아니라 해도 사찰마다 사정이 워낙 다르기 때문에 교단 차원에서 어떻게 지침을 내려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그럼에도 시행하자는 데는 이의가 없다”고 말했다.

천주교 역시 1994년부터 교구별로 소득세를 낸다. 교구별 사정은 다르지만 성무활동비, 미사활동비 등을 합치면 초임 보좌신부의 연봉은 2,000만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제관을 통해 의식주가 거의 해결되기 때문에 연차가 쌓인다 해도 연봉 상승폭은 적다. 천주교 관계자는 “소득이 적다 보니 새로운 제도에 따르면 오히려 세금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고 말했다.

개신교계라 해서 다 반대하는 건 아니다. 교회개혁실천연대 등의 조사 결과를 보면 순복음인천교회는 1983년부터 소득세를 내고 있고, 서울의 여의도순복음교회, 경동교회, 명성교회, 소망교회 등 제법 이름 있는 교회들도 차례차례 자발적인 소득세 납부에 동참해왔다. 교단 별로 봐도 성공회, 구세군도 이미 소득세를 내고 있으며 예장통합, 한국기독교장로회, 감리교 등은 종교인 과세 법안이 통과된 뒤 나름대로 교육 과정을 만들어 세금 낼 준비를 하고 있다. 다만 보수적 성향이 짙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한국교회연합(한교연) 등은 ‘한국교회와 종교간 협력을 위한 특별위원회TF’를 만들어 반대의사를 밝히고 있다. 교계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시대가 변했기 때문에 밖에서 의심하는 것과 달리 카리스마 강한 목사가 이끄는 대형교회라 해도 교회 재정이 엉망으로 운영되는 곳은 거의 없다”며 “다만 세금 부과를 통해 과도한 연봉과 학자금, 지나친 주택ㆍ차량 지원 등 일부 대형교회 목사들이 호화로운 생활이 드러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종교인 과세가 엄청나게 큰 일은 아니다. 기획재정부(기재부)는 종교인 과세로 세금을 낼 종교인은 2015년 기준으로 5만명 수준으로 보고 있다. 이미 자발적으로 세금을 내고 있는 종교인 2만6,000여명을 포함한 수치다. 종교 분야 납세자가 고작 2만4,000명 정도 늘어나는데 그치는 것은 종교인이 일반 근로자에 비해 소득이 낮은데다, 최대 연봉의 80%까지 필요경비로 인정해주기 때문이다.

가령 연봉이 5,000만원인 종교인의 경우 기타소득을 택하면 필요경비 2,900만원을 뺀 2,100만원에 대해서만 세금을 낸다. 한 세무사는 “필요경비 이외 각종 공제 등을 고려하면 연봉이 4,000만~5,000만원이라도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종교인 면세자 비율은 2015년 일반인 면세자 비율 46.%에 비해 훨씬 높은 70~80%대에 이를 것이라 본다. 이렇게 해서 늘어나는 세수는 160억원으로 예상한다. 한 해 중앙정부가 걷는 소득세 70조원 가운데 0.02%에 해당하는 액수다. 그나마 자발적으로 내던 소득세가 80억원이니, 실제 늘어나는 건 80억원에 불과하다. 소득세를 내는 종교인들에게 근로장려세제(EITC)를 적용해 주면, 정부가 종교인에게 거두는 세금보다 지급하는 장려금이 더 많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종교인 과세를 추진하는 건 국민개세주의(국민 누구나 세금의 의무를 부담한다는 원칙)에 예외를 두지 않기 위해서다. 기재부는 종교계를 상대로 계속 설득에 나설 방침이다. 세무당국 관계자는 “7대 종단 종교계 대표들을 이미 만났고, 별도로 교단별로 간담회를 열어 설명을 마쳤다”며 “지역별 순회 설명회를 추진하고 가이드북도 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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