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출간 자서전서 대선토론 당시
트럼프 부적절한 처신 질타
“트럼프가 말 그대로 내 목에 입김을 불어 넣었다. 소름이 돋았다.”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낙선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TV토론 당시 공화당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당한 불쾌한 경험을 털어놓았다.
클린턴 전 장관은 23일(현지시간) MSNBC방송 ‘모닝 조’에 출연해 내달 12일 출간 예정인 자서전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What happened)’의 발췌문을 공개했다. 대선 뒷이야기와 패배 원인 등을 분석한 글들을 모은 일종의 비망록이다.
발췌문 중 단연 눈길을 끈 내용은 지난해 10월 19일 2차 TV토론회가 열린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에서 일어난 트럼프 대통령의 부적절한 처신을 질타한 대목이다. 클린턴은 TV토론 도중 트럼프가 뒤에 바짝 붙어 목덜미에 입김을 불어 넣는 바람에 피부가 곤두설 정도로 기겁했다고 회상했다. 오죽하면 “소름 끼치는 인간아! 당장 멀리 떨어져”라고 소리치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한다.
2차 TV토론회는 두 후보가 시종 거친 설전으로 일관해 진흙탕 싸움으로 얼룩졌다. 토론회 이틀 전 음담패설을 자랑하는 트럼프의 녹취록이 공개돼 클린턴은 이를 집중 공격했고, 트럼프 역시 클린턴의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성추문 전력을 물고 늘어지면서 미 대선 사상 최악의 토론회로 기록됐다.
그는 자서전에서 “트럼프가 내 뒤에서 여자들을 더듬었다고 자랑하는 것을 들었다. 작은 무대에서 내가 가는 곳마다 졸졸 따라다니며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봤다”고 말했다. 이어 “순간 청중들에게 ‘당신은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고 싶은 마음이었다”며 “냉정함을 유지하고 계속 토론을 해야 할지, 아니면 트럼프의 눈을 똑바로 보고 ‘당신이 여성을 위협하는 것을 좋아하는 걸 알지만 나한테는 안 통한다’고 외쳐야 할지 질문하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클린턴은 대선 패배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그는 “나를 믿는 수백만명을 실망시켰고 과업을 이루지 못했다. 평생 감수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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