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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가 보는 세계] “기후재난 방지 투자는 발생 후 5배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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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가 보는 세계] “기후재난 방지 투자는 발생 후 5배 가치”

입력
2017.08.2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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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브더칠드런 등 단체들

매년 홍수피해 메콩강 지역

마을대응팀, 경보시스템 등

훈련ㆍ시설ㆍ교육 지원 노력

국제적 재난 대비 사업 비용

전체 개발원조의 0.4% 불과

재난 발생 前 투자확대 절실

잦은 홍수 피해에 시달리는 메콩강 하구 주민. 세이브더칠드런제공
잦은 홍수 피해에 시달리는 메콩강 하구 주민. 세이브더칠드런제공

국제기준에 따르면 비교적 짧은 기간 발생한 기후 이상현상으로 지역 사회 기능이 마비되고 광범위한 인적ㆍ물질적ㆍ환경적 손실이 발생해 자체적인 대응이 불가능한 상황을 보통 ‘기후 재난’이라 칭한다. 반복되는 기후 재난 때문에 국제사회는 매년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유엔 국제재해경감전략기구(UNISDR)가 낸 ‘기후 재난의 인적피해 비용 1995∼2015’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세계적으로 기후관련 재난은 6,457건이 발생했으며, 이로 인해 최소 60만명 이상이 사망했다. 구체적으로 이 기간 홍수ㆍ산사태ㆍ화산ㆍ가뭄 등을 포함한 각종 자연재난으로 60만5,539명이 사망했으며, 기후 재난으로 다치거나 집을 잃어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은 41억명에 달했다. 해가 갈수록 기후 재난 발생 빈도가 더 잦아지면서 전세계적으로 매년 약 300조원 안팎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기후 재난은 빈부 격차와 관련이 깊다. 지난 20년간 홍수로 약 23억명이 피해를 입었는데, 이들은 대부분 저소득 국가가 많은 아시아에 살고 있었다. 태풍 사망자 24만2,000여명도 대부분 개발도상국 사람들이었다.

베트남은 대표적인 재난 취약 국가다. 국제 재난위험경감과 관련된 한 통계사이트(Prevention Web)에 따르면 1980년부터 2010년까지 베트남에서 자연재해로 1만6,099명이 사망했고 경제적 손실은 80억달러에 달했으며, 총 7300만 명이 직ㆍ간접적인 재난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베트남 메콩강 하류인 메콩 삼각주 지역은 홍수ㆍ싸이클론ㆍ해수 범람 등 재난이 반복되는, 세계에서 재난 위협이 가장 큰 지역이다. 매년 홍수로 인해 메콩강 삼각주 유역의 절반에 해당하는 1.9Mha(메가헥타아르)가 침수된다. 메콩 삼각주 지역에 걸쳐있는 베트남 까마우성은 2015년 6~9월 사이클론이 총 41회 강타해 162가구 가옥이 완파됐고 510개 가옥은 반파됐다. 기후변화 관련 연구에 따르면 21세기 중반까지 베트남 해수면은 약 1m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는데 베트남 홍수의 90% 이상이 발생하는 메콩 삼각주 지역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2016년에는 반대로 엘리뇨 현상으로 가뭄이 발생, 인근 지역 주민 200만명 이상이 식수난을 겪기도 했다.

홍수피해를 입은 베트남 하구 마을에서 세이브더칠드런 구호요원이 수질검사를 하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제공
홍수피해를 입은 베트남 하구 마을에서 세이브더칠드런 구호요원이 수질검사를 하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제공

메콩강 삼각주 지역은 세계 최고의 곡창지대로 베트남 인구의 22%인 1,700만명이 몰려 있어 재난 피해는 클 수밖에 없다. 총 연장 4,180㎞인 메콩강은 본강과 지류에 의지해서 살아가는 인근 국가 인구가 9,000만명에 이른다. 티베트 고원에서 발원해 중국, 미얀마,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 주요 도시를 거쳐 베트남 남부 메콩 삼각주 지역까지 흐르는데 무분별한 생활 하수 방류, 농업 및 산업 오ㆍ폐수로 인한 오염이 심각하다. 메콩강 수량은 풍부하지만 식수로는 부적합해 수인성 질병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어 지역 주민 및 베트남 정부에 큰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 등 단체들은 이 지역의 재난위험경감 및 기후변화적응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까마우성 정부, 지역 여성연합과 협력해 마을 단위로 재난위험관리 대응팀을 구축하고 예상되는 재난에 대한 시나리오를 작성해 지역사회가 대비하는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조기경보시스템 구축을 통해 신속한 재난 정보의 전달과 대비 체계를 구축하고 있고 학교에서는 모의 훈련과 재난 대비 교육을 실시해 어려서부터 재난 대비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식수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빈곤가정에 지붕 빗물수집시스템을 설치해주는 것도 재난위험경감 사업의 일환이다. 이 시스템을 설치하면 식수를 얻기 위해 우물을 건설할 때 발생하는 비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유지보수도 간편해 마을 주민 스스로 운영이 가능하다. 물 관리 교육, 쓰레기 처리 교육, 홍수 대비 화장실 건축 사업 등도 재난 위험을 경감하는 사업의 하나다.

필리핀 또한 기후 재난이 빈번하다. 중앙 루손섬 팜팡가 지역은 해마다 폭우로 큰 피해를 입는다. 2012년 8월 7일 발생한 태풍 하이쿠이 영향으로 100만 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듬해 11월에는 필리핀 중부를 강타한 슈퍼 태풍 하이엔으로 총 9개주에서 사망ㆍ실종 1만2,000명 가옥 50만 채 이상 붕괴 등 큰 피해를 입었다.

세계 인도주의 정상회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국제개발원조의 0.4%만이 재난대비 사업에 사용됐다고 한다. 동남아 지역 재난 관련 지원 사업 중 23%만이 재난 대비에 사용됐다고 한다. 유엔 연구에 따르면 재난 대비를 위해 투자한 1달러는 재난 발생 후 5달러의 가치를 지닌다. 특히 아시아 지역은 그 효과가 높아 1달러를 투자할 때 7달러 효과를 발휘한다고 한다. 하지만 재난 발생 전에는 정부나 후원자들 관심을 받기가 쉽지 않아 결국 재난 발생 후 5~7배의 자원을 더 투입해야만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재난이 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철저히 대비하고 재난 대비에 대한 투자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지혜를 짜내야하는 시점이다.

이재광ㆍ세이브더칠드런 해외사업부장

홍수로 집에 물이 잠기자 지붕으로 대피한 메콩강 하구 베트남 마을 주민들. 세이브더칠드런제공
홍수로 집에 물이 잠기자 지붕으로 대피한 메콩강 하구 베트남 마을 주민들. 세이브더칠드런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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