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의원에 10자리까지” 관측도
공기업 배치 땐 낙하산 논란 우려
“재외공관장 인사 30% 외부 수혈”
외교부는 입지 축소로 불만 커
문재인 정권 창출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한 전직 의원과 캠프 인사 등 대선 공신들이 재외공관장에 대거 기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와 정부 조직 개편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서 공신들에 대한 추가 논공행상이 한창인 가운데 낙하산 논란이 불가피한 공기업 배치보다 재외공관 분산의 인사원칙도 거론된다. 이 경우 기존 외교관의 입지가 축소되는 만큼 외교부의 반발도 감지되지만 문재인 정부는 외교부 개혁 차원에서라도 외부 수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여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임종인 전 의원을 포함해 전직 의원 3~4명이 특정 지역 재외공관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임 전 의원은 연락이 닿지 않았지만 임 전 의원과 친분이 깊은 더불어민주당의 친문계 핵심 의원은 24일 “지역은 아직 모르지만 (재외공관장) 후보에 올라 있는 것은 맞다”고 확인했다. 임 전 의원은 공교롭게 지난해 7월 문재인 대통령이 네팔 트래킹을 다녀 온 직후, 한국국제협력단 자문관 자격으로 네팔 카트만두대에서 강의한 뒤 최근 귀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주변에서는 대선 때 캠프에서 조직특보로 활동한 B 전 의원과 캠프 외곽을 지원한 C 전 의원 등도 특임 공관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미 노영민 전 의원이 주중대사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전직 의원 출신의 재외 공관장이 10자리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밖에 청와대 기용이 유력하게 점쳐지던 박선원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도 주요국 특임공관장에 내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캠프 인사들이 대거 재외 공관장으로 방향을 틀면서 외교부는 불만도 적지 않다. 외교관들이 갈 자리가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앞선 박근혜 정부에서는 2013년 6월 첫 공관장 인사를 통해 5명의 외부 인력을 수혈했다.
하지만 외교부가 드러내놓고 불만을 제기하기도 힘든 분위기다. 외교부 개혁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서슬이 퍼렇기 때문이다. 시간 날 때마다 4강외교 탈피, 외교 다변화를 강조하고 있는 문 대통령은 23일 외교부 업무보고에서도 “기존에 했던 방식으로만 하지 말고 창의적 외교가 필요하다”고 외교 정책을 질책했다. 탄핵 정국에서 대사 출신의 전직 외교관들이 대거 태극기 집회에 참여한 사실을 듣고 문 대통령이 외교부 및 외교관에 대한 개혁 의지를 확고히 했다는 뒷말도 나온다.
외교부 안팎에서는 조만간 이뤄질 60~70여 개의 재외공관장 인사 중 30% 이상이 외부 인사로 수혈될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현재 160여개 전체 재외공관 중 외부 인사가 공관장을 맡고 있는 비율은 10% 수준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미 취임식에서 외부 인사 영입 확대 방침을 밝혔으며 조직과 인적 쇄신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뒤 혁신 전담팀을 운영하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 인사가 마무리되면서 대선 공신들을 마땅히 보낼 자리가 없다는 현실론도 재외 공관장 수혈 확대의 배경이 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역대 정권처럼 개국 공신을 공공기관에 대거 내려 보내면 낙하산 논란밖에 더 불거지겠느냐”면서 “대선 공신들이 특임 공관장으로 보내는 관행이 정착된 미국의 사례를 활용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교 비전문가들이 재외공관장으로 대거 입성할 경우 빚어질 수 있는 외교정책 혼선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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