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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이 든 성배…극한 스트레스에 쓰러지는 감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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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이 든 성배…극한 스트레스에 쓰러지는 감독들

입력
2017.08.24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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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왼쪽) 두산 감독. 연합뉴스
김태형(왼쪽) 두산 감독. 연합뉴스

프로야구 감독은 한국에 10명밖에 없는 주목 받는 직업이지만 성적에 따라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어 ‘파리 목숨’이기도 하다. 최근엔 스트레스로 건강까지 위협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과거엔 고령의 감독들에게 해당됐던 ‘건강 주의보’가 최근엔 젊은 사령탑들에게도 떨어졌다.

올 시즌 가장 먼저 병원에 간 건 김경문 NC 감독이었다. 김 감독은 지난달 28일 수원 kt전을 앞두고 급체와 어지럼증을 호소해 지휘봉을 내려놓고 입원했다.

진단 결과 뇌하수체에 직경 약 2㎝ 미만의 작은 선종이 발견됐다. 다행히 악성이 아닌 양성 종양으로 밝혀졌다. 김 감독은 몸을 추스를 겨를도 없이 이달 5일 현장에 다시 복귀했다. 전쟁 중인 팀의 수장이 장기간 자리를 비우는 게 마음 편치 않았던 것이다.

김경문 감독이 돌아오자 이번에는 김태형 두산 감독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김태형 감독은 지난 19일 수원 kt전을 마치고 숙소에서 복통을 호소했다. 병원에서 X-레이 촬영과 CT 촬영을 진행한 결과 게실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김태형 감독은 20일 중앙대 응급실로 이동한 뒤 23일까지 입원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 두산 구단관계자는 “(김 감독이) 컴퓨터 단층촬영(CT) 결과 상태가 호전돼 퇴원수속을 밟았고, 24일 잠실 넥센전부터 선수단에 합류해 경기를 지휘한다”고 설명했다. 게실염은 대장 또는 담낭의 바깥쪽에 돌출한 작은 주머니에 염증이 생겨 발생한다. 김 감독의 경우 대장 쪽에 염증이 생긴 경우다. 게실염은 식습관 혹은 스트레스가 발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두산에서 김태형 감독의 존재는 절대적이다. 후반기를 5위로 시작해 23일 현재 선두 KIA에불과 3.5경기 뒤진 2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강력한 카리스마로 팀을 지휘한 김 감독이 만들어 놓은 끈끈함이다. 수술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았지만 김태형 감독 역시 병원을 박차고 나왔다.

정확한 발병 원인으로 확인된 건 없지만 몸에 이상 신호가 온 데는 감독들의 직업병인 스트레스가 누적된 것이 크다는 시선이다. 1997년 당시 삼성을 지휘하던 백인천 전 감독은 뇌출혈로 인해 쓰러졌다. 한달 뒤 복귀했지만 결국 자진 사퇴했다. 1999년 이희수 전 한화 감독은 시즌 중반부터 귀 뒷부분에서 자라난 종양으로 수술대에 올랐다. 고 김명성 전 롯데 감독은 2001년 7월24일 급성 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떠나 야구계에 충격을 줬다. 2004년 겨울엔 김인식 전 한화 감독이 뇌경색으로 쓰러졌다. 어지간해선 야구장을 집처럼 생각하는 김성근 전 한화 감독도 남몰래 수술을 받은 적도 있고 벤치를 비운 적도 있다. 이기면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지면 비난을 받고, 가을잔치에 나가면 영웅이 됐지만 떨어지면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감독들의 숙명이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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