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 거주 박연서씨 LG전자에 기증
“첫 구입한 전자레인지… 고장 나야 바꾸지”
금성사(현 LG전자)가 만든 전자레인지가 34년 만에 고향인 경남 창원공장으로 되돌아왔다. 주인의 애정이 듬뿍 담긴 전자레인지는 수십 년의 세월이 무색하게 지금도 사용에 전혀 문제가 없어 LG전자의 제품력을 입증하고 있다.
LG전자는 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는 박연서(60)씨가 34년간 사용해온 전자레인지를 최근 기증했다고 24일 밝혔다.
금성사가 1983년 생산한 이 제품(모델명:ER-610HB)은 국내 최초의 복합 오븐 전자레인지다. 2002년 LG전자가 출시한 ‘LG 디오스 광파오븐’의 모태가 됐다.
당시 가격은 20만원이 넘어 웬만한 직장인의 월급과 맞먹었다. 다소 낡은 외관에서는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지만 디자인 자체는 깔끔하면서 세련됐다. 시간 온도 등을 조절해 음식을 데울 수 있고, 빵 굽기나 각종 구이 요리도 가능하다.
박씨는 결혼한 뒤 처음 구입한 전자레인지를 버리기 아까워 LG전자서비스센터에 연락을 했고, 본사에서 이런 사실을 알게 돼 기증으로 이어졌다. 박씨는 “두 아이의 분유와 이유식을 데웠고 간식으로 빵과 쿠키를 만들어줬다. 아이들의 성장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있어 더 애틋하다”고 LG전자에 전했다. 34년간 사용한 비결에 대해서는 웃으며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고장이 나야 바꾸지.”
LG전자는 준공을 앞둔 창원연구개발(R&D)센터에 별도 공간을 마련해 이 전자레인지를 전시할 계획이다. 박씨에게는 감사의 의미로 구이 발효 튀김 등 9가지 요리가 가능한 최신형 디오스 광파오븐을 전달했다. LG전자 키친어플라이언스사업부장인 박영일 부사장은 “수십 년간 이어온 고객 사랑에 부응할 수 있도록 보다 튼튼하고 편리한 제품을 계속 만들겠다”고 밝혔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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