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보단 일단 살린다?’ 논란도
정부가 250억원의 재정을 투입해 업황 부진으로 수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조선사들에게 향후 4년간 1,000억원 규모의 보증지원을 하기로 했다. 대신 경쟁력 없는 조선사가 정부 지원에 기대 연명하는 일이 없도록 기술력을 갖춘 조선사만 최대한 가려내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24일 정부 합동으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중소 조선사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 원활화 방안’을 내놨다.
RG란 선박 건조를 맡은 조선사가 갑자기 부도가 나 정상적으로 선박을 만들지 못할 때, 금융회사가 선주에게 선수금을 대신 물어주기로 약정하는 보증제도다. 조선사가 해운사 등으로부터 선박을 수주하려면 반드시 RG를 발급해 줄 금융사를 구해야 한다. 해운사들이 조선사에 선박을 주문할 때 RG 발급을 선결 조건으로 내걸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내 중소조선사들은 최근 RG를 발급해 줄 금융사를 찾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부터 경쟁력 없는 조선사를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구조조정 작업이 본격화되면서 대형 시중은행들이 중소조선사에 RG를 발급하는 걸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국내 조선사를 살린다며 정부의 선박 발주물량을 늘리는 걸 골자로 하는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중소조선사들은 RG를 발급받지 못해 정부 물량을 수주하는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중소조선사가 도산으로 몰리면 지역 경제 역시 타격이 불가피한 점도 정부가 지원책을 내놓은 배경이다.
정부는 중소조선사의 RG 발급수요가 연간 550억원(연간 15건)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 중 시장에서 소화되고 있는 300억원을 뺀 250억원을 매년 정부가 떠안기로 했다. 2020년까지 총 1,000억원의 RG를 맡을 예정이다. 여기에 들어가는 정부 재정은 250억원이다. 방식은 산업은행, 기업은행처럼 정책금융기관이 정부로부터 제공받은 밑천을 활용해 중소조선사에 RG를 발급하면 신용보증기금이 여기에 75% 부분보증을 서주는 방식이다. 예컨대 조선사가 100억원 규모의 선박을 지을 때, 산은이 먼저 80억원의 RG를 발급해 주면 신보가 여기에 60억원(80억원의 75%)의 부분보증을 대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것이다. 정부는 관련 대책을 이달부터 바로 시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번 조치를 두고 정부가 지난해부터 이어진 조선업 구조조정을 지연시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조치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건조능력과 건조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해 지원대상을 가려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로 51개 중소조선사 중 30여개사가 지원가능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정부는 추산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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