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복지委서 집중 포화
총리 짜증 발언ㆍ안일한 대응 질타에
“의원들이 소홀한 부분 있다”답변
조직 수장 자질에도 의문 제기
野 “책임 총리가 해임 건의하라”
살충제 계란 파동에 대한 미흡한 대처와 잇단 말 실수로 야당의 사퇴 요구를 받고 있는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언론 탓’에 이어 이번엔 ‘직원 탓’으로 책임을 돌리며 집중 포화를 맞았다. 코드 인사와 전문성 논란에 이어 조직 수장으로서의 기본 자질에까지 의문이 제기되면서 사퇴 요구는 더욱 거세지는 모습이다.
23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는 류 처장에 대한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박인숙 바른정당 의원은 “국무총리가 국민 불안에 대해 질책했는데 ‘짜증 냈다’고 발언을 하느냐”며 “이는 국민을 무시하는 것으로, 국민과 정부의 신뢰를 잃은 류 처장은 조용히 자진 사퇴하는 게 맞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류 처장이 전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낙연 국무총리로부터 질책을 받은 경위를 묻는 질문에 “국무총리께서 좀 짜증을 내셔서…”라고 답변해 물의를 일으킨 일을 꼬집은 것이다. 류 처장은 이에 “전 직원들이 열심히 하고 있지만, 그 동안 직원들이 조금 소홀히 한 부분이 있었다. 제가 조직을 개편해서…”라고 답변했다. 이에 박 의원은 “왜 책임을 직원에게 돌리냐”고 강하게 질타했다.
“살충제 계란을 수십 개씩 먹어도 괜찮다”는 류 처장의 안일한 대응을 꼬집는 성일종 자유한국당 의원의 지적에도 그는 “우리 직원들이 조금 소홀하게 한 부분이 있어서, 사각지대가 있어서…”라며 다시 직원 책임으로 돌렸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소속 양승조 보건복지위원장으로부터 “성 의원 말씀을 깊이 유념하라. 방송 보는 국민이 불안할 것”이라는 질타를 받았다.
류 처장은 전날에는 ‘언론 탓’을 하기도 했다. 국회 농해수위에서 지난 10일 기자 간담회에서 국내산 계란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이 문제가 되자 류 처장은 “식약처가 오락가락한다고 하는 것은 언론이 만들어 낸 말이다. 조그마한 신문 몇 군데만 지면을 장식했다. 제 불찰이지만, 확대 해석된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
류 처장의 ‘직원 탓’이 도마 위에 오르긴 했지만, 실제 식약처 간부들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사회부처 고위 공무원은 “기관장이 국회에서 통계 등 일일이 기억하기 어려운 세부적인 질의를 받으면 간부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귀띔을 하거나 메모를 전달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직원들이 보좌에 소극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복지위 전체회의에서도 류 처장이 제대로 답변을 못하고 궁지에 몰리는 일이 반복되자 “식약처장에게 문제가 있다고 할지라도 국장과 과장들도 책임에서 전혀 자유롭지 못하다”(양승조 위원장) “식약처 직원들이 주무 부서와 연관 부서에서(구체적인 수치를) 제대로 제시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윤소하 정의당 의원)는 지적이 쏟아졌다.
야당은 이날도 류 처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낙연 총리가 책임총리답게 해임건의안 1호로써 식약처장을 제안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말했고, 박주선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대통령 측근들을 챙기느라 국민 생명을 팽개칠 수는 없다. 류 처장을 당장 교체하고 전문가로 대체해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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