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하청업체 근무 최현호씨
지하차도에 망설임 없이 뛰어들어
익사 직전 갓난아기 인공호흡까지
“사고 당시 신기하게도 아이가 살려고 저를 부른 것 같아요.”
시간당 5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던 지난달 31일 오후 5시45분쯤 광주에 사는 최현호(38)씨 부부는 차를 몰고 여름방학캠프를 다녀오는 딸 지수(11)^지원(8)의 마중을 나갔다. 운전 중이던 최씨가 광주 광산구 소촌동 송정 지하차도 주변을 지나던 중 물속에 잠긴 지하차도 안쪽에 떠 있는 흰색 물체가 유독 그의 눈에 들어왔다.
자신의 차량을 지하차도 주위에 세운 최씨가 지하차도 입구에 도착해 보니 유리창만 보이는 상태로 물에 잠겨 둥둥 떠 있는 흰색 카렌스 승용차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승용차 주위로 할머니와 40대로 보이는 여성, 서너 살로 보이는 어린아이가 허우적거리며 살려 달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함께 있던 아내에게 즉시 119에 신고하도록 한 뒤 최씨는 망설임 없이 물에 빠진 사람들을 구하러 뛰어들었다. 물은 빠르게 불어나 최씨가 도착하자 승용차는 벌써 유리창을 넘어 지붕밖에 보이지 않았다. 최씨는 온 힘을 다해 아이와 할머니, 40대 여성을 차례대로 무사히 물 밖으로 옮겼다.
하지만 최씨가 숨을 돌리기도 전에, 무사히 구조된 3명이 “아이가 차 안에 있다”며 울부짖었다. 뒷좌석 카시트에 7개월 된 아기가 있는데 아무리 차 문을 열려고 해도 열리지 않아 자신들만 나왔다는 것이다.
놀란 최씨가 다시 지하차도로 달려가 차 뒷좌석 문을 열려고 해 봤지만 불어난 물에 잠긴 차량의 뒷좌석 양쪽 문과 조수석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수차례 시도 끝에 차량 운전석 문을 간신히 연 최씨는 차량이 아예 물에 잠긴 상황에서 잠수해 손으로 더듬거리며 아기를 찾아 구조했다.
익사 직전 구한 갓난아기가 숨을 쉬지 않자 최씨가 이번에는 인공호흡을 시작했다. 일가족을 구하는 데 체력을 모두 쓴 최씨가 인공호흡을 하는 데 힘들어 하자, 그새 모인 시민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번갈아 인공호흡을 시도해 아기를 살렸다. 아기는 폭우 등으로 25분이 지난 후 현장에 도착한 119구급대를 통해 병원에 옮겨졌고, 고열 증세 등으로 입원 치료를 받았다. 아기는 입원 후 한때 고열 증세로 치료를 받았지만 이내 건강을 회복하고 최근 퇴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자동차 1차 하청업체에 근무하는 최씨는“딸 둘을 둔 부모로서 무조건 아기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며 “평소 허리가 안 좋았는데 그날은 이상하게 힘이 났다”고 했다. 광주 광산구는 최씨의 공로를 인정해 다음달 말 구청장 명의의 표창을 수여할 계획이다.
박경우 기자 gwpar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