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사업 매각을 진행중인 도시바(東芝)가 한국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연합 대신 협업중인 미국 웨스턴디지털(WD)과 협상에 돌입한 사실이 밝혀졌다. 도시바가 WD와 본격적인 조율작업에 들어가면서 우선협상대상자인 ‘한미일연합’의 인수전에 비상등이 켜졌다.
23일 일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도시바는 WD과 이달내 매각협상을 결론짓기 위해 협의에 들어간 상태다. WD는 한미일 연합에도 소속된 관민펀드 산업혁신기구 등과 인수 연합을 형성하게 된다. 도시바는 미국 법정과 국제중재재판소에서 다투고 있는 WD를 인수대상자로 해 교착상태에 빠진 매각교섭을 진전시키려 하고 있다. 합의시 WD는 매각중지를 요구한 국제소송을 철회한다.
WD는 도시바와의 합의에 따라 이미 반도체메모리 사업의 자산실사에 들어가 있고, 내주라도 작업을 마칠 수 있다. 도시바는 월내 이사회에서 승인을 얻은 뒤에 최종계약을 맺을 계획이다.
다만 WD 진영과의 협의가 도시바의 의도대로 끝나지 않을 경우, 도시바는 새로운 자본증강안을 포함한 재건방안에 대해 재검토를 하게 된다고 신문은 소개했다. WD는 산업혁신기구 외에 미국 투자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일본정책투자은행 등과 연합해 1조9,000억엔(약 19조6,676억원)의 인수안을 제시했다고 한다.
이를 위해 스티브 밀리건 최고경영자(CEO) 등 WD 수뇌부는 이달내 일본을 방문해 도시바메모리 인수합의안 도출을 시도한 뒤 성사되면 국제중재재판소에 제기한 매각중지 주장을 철회한다. 도시바 수뇌부는 이달 중순 거래은행단에게 WDㆍKKR연합과 매각교섭을 우선하겠다는 의지를 전했다고 한다. WD의 교섭담당 간부도 이번주 방일해 관계자와 교섭에 들어갔다.
도시바는 현재 매각조건으로 기술자 등 종업원의 고용유지를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도시바 측은 우선협상자 변경과정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고 있다. 주무부서인 일본경제산업성 의향도 반영해 혁신기구나 정책투자은행은 빠른 시기에 매각할 수 있는 쪽을 우선할 것이란 전언이다. 합의시엔 산업혁신기구와 일본정책투자은행은 미국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탈이 주도하는 한미일 연합을 대신해 WDㆍKKR 연합 진영으로 바꿔 타면서 일본정부의 의도까지 반영한다.
앞서 WD는 도시바가 2월 매각 방침을 표명한 직후부터 제3자 매각에 강하게 반대했다. 5월엔 국제중재재판소에 매각수속 중지를 주장하면서 치킨게임 양상까지 초래했다. 이에 도시바 측도 WD를 역제소해 양사의 관계는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그러면서 도시바가 WD측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한미일 연합을 우선협상자로 교섭을 진행시켜 왔지만 돌연 태도가 바뀐 것이다.
이와 관련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국제중재재판소가 WD의 주장을 인정해 매각금지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있는데다 우선협상자인 한미일 연합과의 협의가 표류하는 상황이 작용했다고 추정했다. 다만 도시바와 WD가 인수액수와 출자비율 등에서 타협하지 못하면 매각교섭이 다시 교착국면으로 빠질 수 있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