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3배 가량 구인난에 허덕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구직자의눈 높이와 일자리 질 간 괴리가 큰 것이 원인으로 꼽히는 가운데 하반기 기업들이 채용규모를 지난해보다 줄이면서 취업난도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7년 상반기(4월 기준) 직종별사업체노동력조사’에 따르면 300인 미만 사업체의 미충원율은 12.6%로 300인 이상 사업체(4.6%)보다 3배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상반기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미충원율이 각각 20.0%, 9.4%로 구인의 어려움은 중소기업과 대기업 모두 줄어들었지만 격차는 오히려 벌어진 것이다. 미충원율은 구인 인원 중 채용되지 못한 인원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한다. 미충원 인원은 300인 미만 사업체가 8만6,000명으로 300인 이상 사업체(8,000명)에 비해 10배나 많았다. 전체 미충원 인원은 9만4,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 늘었고, 미충원율은 11.0%로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인난의 이유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극명하게 갈렸다. 중소기업은 미충원 이유로 ‘임금수준 등 근로조건이 구직자의 기대와 맞지 않기 때문’이 23.8%로 가장 많았고, ‘구직자가 기피하는 직종이기 때문’이 18.8%로 나타나는 등 일자리의 질이 낮은 점이 문제인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대기업은 ‘사업체에서 요구하는 경력을 갖춘 지원자가 없기 때문’이 23.9%로 가장 높았고, ‘사업체에서 요구하는 학력ㆍ자격을 갖춘 지원자가 없기 때문‘이라는 응답도 18.1%로 집계되는 등 구직자의 스펙이 아쉽다는 것이 주된 이유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사업체와의 격심한 인력유치경쟁 때문’이라는 답변도 20.9%였다. 대체로 요구하는 직능 수준이 높을 수록 지원 자격이 미달이, 직능 수준이 낮을 경우 구직자가 기피하는 것이 구인난의 주된 이유로 꼽혔다.
산업별 미충원 인원은 금속가공(5,000명) 등이 포함된 제조업이 3만6,000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버스나 택시 운전사가 포함된 운수업이 1만6,000명,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이 8,000명으로 뒤를 이었다. 미충원율로 따지면 운수업은 무려 36.5%로 가장 높았다. 직종별로도 운전 및 운송 관련직이 1만8,000명으로 가장 많았고, 인쇄ㆍ가구 공예 등 단순 생산직이 1만1,000명, 경영ㆍ회계ㆍ사무 관련직(1만명) 순이었다.
하반기 취업난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조사에서 2~3분기(4월1일~9월30일)까지 기업들의 채용계획 인원은 30만8,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5,000명) 줄일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규모별로 중소기업은 지난해보다 1.9% 감소한 27만4,000명을 선발하며, 대기업은 3만3,000명으로 지난해보다 1.8% 더 채용할 것으로 관측됐다. 산업별로는 제조업(9만5,000명)이 채용 인원이 가장 많고, 운수업(3만3,000명), 도매 및 소매업(2만7,000명)이 뒤를 이었다. 이번 조사는 지난 4월 상용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 중 3만2,000개를 대상으로 전화 및 면접을 거쳐 진행됐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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