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임 100일을 맞은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현안마다 입장이 자주 바뀐다는 지적에도 야당 역할에 충실했다는 자평을 내놓았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적대적 양당체제에 익숙한 우리 정치권의 관행과 문화 속에서 양 극단에 치우치지 않는 중도의 길을 묵묵히 개척해 왔다”며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일삼는 자유한국당과는 다른, 협치를 선도하는 중도정당으로서의 위상을 확립함으로써 한국 정치와 의회 민주주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고 자신했다. 이어 그는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도 생산적 비판자 역할을 함으로서 역설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가장 지대한 역할을 해 왔다”며 “잘못된 점에 대해, 실패의 길로 가는 데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는 더불어민주당 또한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도와주는 자세가 결코 아니다”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어진 질의 응답 과정에서도 지난 100일에 대해 후한 평가를 내렸다. 그는 “(지난 100일을 점수로 매긴다면) 80점 이상 했다고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에서 야당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우리밖에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낙연 국무총리 인준 문제부터, 최근 바른정당과의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반대 공조 입장을 일방적으로 바꾼 문제 등도 ‘여당의 2중대 역할을 한 것이 아니라 야당 원내대표가 가질 수밖에 없는 고민의 산물’이라는 취지다.
김 원내대표는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 의지도 드러냈다. 그는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을 통해 다당제의 가치와 중요성을 더욱 확산시키고 이를 제도화하는 일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다당제의 제도화야말로 의회 민주주의와 한국 정치가 질적으로 발전하는 것과 궤적을 같이하는 길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고요한 바다는 훌륭한 선원을 만들지 못한다’는 속담을 인용, “지금 국민의당이 매우 어렵지만 이달 말 구성되는 새 지도부와 함께 역경을 딛고 당당히 다시 일어나는 당을 만들겠다”고도 다짐했다.
이날 함께 취임 100일을 맞은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에 대해선 “안 지 30년이 됐는데 그렇게 오랜 세월이 지나도 너무나 섬세한 분 같다”면서도 “청와대와 행정부를 대변하는 역할에서 조금 더 비판적인 역할을 가졌으면 좋겠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선 “이유정 후보자와 달리 이념의 한계의 맨 끝에 있지만 한계를 이탈하지는 않았다”고 평가했다. 다만 김 원내대표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 만기 출소와 관련해 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사법부 판결을 문제 삼은 것에 대해선 “최소한 양식을 가졌다면 사법부를 매도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사법부가 갈등 분쟁의 최종 해결사인데, 그런 말을 한다면 여당 지도부라기보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본적인 자질과 철학을 의심하기에 충분하다”며 “대법원 판결은 전원합의체에서 만장 일치로 내려진 판결인데 그것을 문제 삼는다는 것은 양심을 의심하지 않을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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