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정부 보호 충분히 받고 있어
연말에 트럼프와 현안 논의할 것”
“북한 위협에도 재난경보등급(CORㆍ Condition of Readiness)이 그대로인 것을 보라.”
북한 포위사격 대상으로 지목된 인구 16만명의 서태평양 휴양지를 통치하는 에디 바자 칼보(Eddie Baza Calvoㆍ56) 괌 지방정부 지사(Governor of Guam)는 22일 본보 인터뷰에서 “괌이 안전하다”는 사실을 거듭 강조했다. 북한 위협에도 재난경보등급인 COR이 평시 수준인 4단계를 유지(1단계가 최고조 위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정세와 주변국 상황을 봐도 경보 등급을 올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공화당 소속으로 2011년부터 7년째 지사직을 수행해오고 있는 그는 2014년 말 재선에 성공한 이후, 첫 방문국을 한국으로 정할 만큼 우리나라에 대한 관심이 남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날 괌 하갓냐에 위치한 지방정부 청사에서 40여분간 진행된 인터뷰에서도 우리나라 저가항공사를 일일이 언급하며 “지사 취임 첫 해와 비교할 때 한국인 관광객이 9배 가까이 늘었다”는 사실을 언급하기도 했다.
한미연합훈련(을지프리덤가디언ㆍUFG) 이틀째이자 북한이 선전매체를 통해 ‘괌 타격 모의영상’을 공개한 이날 그는 한미연합훈련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데 주력했다. 칼보 지사는 “북한이 매년 훈련 때마다 하는 위협 발언 때문에 훈련을 중단하는 것은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학생이 방어능력을 키우기 위해 하는 가라테(일본 무술) 연습을 그만두는 것과 같다”며 “우리를 지키기 위한 훈련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3년 북한이 괌을 타격 대상으로 처음 지목할 당시에도 지사로 재직했던 그는 “당시 북한은 괌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도 타격 대상으로 뭉뚱그려 언급했지만 이번에는 괌을 콕 집어서 미사일 몇 발을 어디에 쏠 것인지 구체적으로 언급한 점이 차이”라면서도 “2013년 앤더슨 공군기지에 배치된 사드를 비롯해 (전략폭격기 B-1B랜서 등)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괌을 지킬 수 있는 수단들이 많다”고 밝혔다.
칼보 지사는 특히 괌 주민들의 ‘남다른 유전자’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괌 주민들은 과거 전쟁이나 침략을 많이 경험했고 태풍과 쓰나미, 지진 등 자연재해도 자주 겪었기 때문에 위기 대처 능력이 남다르다”며 “북한 포격이 예상된 15일에도 주민들은 해변에서 바비큐를 즐기고 쇼핑센터에서 쇼핑을 즐기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다만 그는 앞으로 북한 위협이 계속될 경우, 괌 경제를 떠받치는 관광업이 받을 타격을 우려했다. 칼보 지사는 “최근에 관광청 직원을 (관광객이 많은) 한국과 일본으로 보냈다”며 “지사 입장에선 지금 괌이 안전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국령이지만 미 연방 50개주에 포함되지 않는 괌 주민들은 미국 시민권은 있지만 대선을 비롯한 연방선거 투표권이 없다. 때문에 연방정책에 괌 주민들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칼보 지사는 ‘이 같은 이유로 괌 주민들이 연방정부로부터 보호를 받는 데 불리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나와의 통화에서 ‘괌은 1,000% 안전하다’고 했다”며 “연방정부의 보호를 충분히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의 위협 발언 직후인 11일 트럼프 대통령과 칼보 지사의 전화통화는 전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그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은 없다”면서도 “연말에 워싱턴D.C를 방문할 예정인데 그때 트럼프 대통령과 여러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계획”이라고 밝혔다.
괌=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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