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거미술관 도슨트 이혜영씨
“작가의 의도와 철학을 이해하면서 감상하면 작품이 새롭게 보이지요. 관람객들이 더 진지해지기도 하고요.”
경주세계문화엑스포공원 내 솔거미술관의 도슨트인 이혜영(55ㆍ사진)씨는 미술관의 나침반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작가들의 삶과 예술 세계를 관람객에게 알려 작품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언뜻 보기에 초등학생이 그린 것 아니냐고 할 정도로 이해가 안 가는 작품도 그의 설명을 듣고 나면 달라진다. 도슨트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전시물을 설명하는 해설자를 말한다.
이씨는 지난 5월부터 이달 말까지 이어지는 ‘신라에 온 국민화가 박수근 특별전’을 해설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오전 11시와 오후 3시 등 하루 2차례 45분씩 관람객에게 작품을 설명한다.
“늘 하는 일이지만 항상 긴장돼요. 저의 표정과 말 한마디로 작가의 작품 의도가 다르게 전달될 수 있다는 염려 때문이지요.”
이씨는 “박수근 화백의 작품은 감상할수록 화폭에 빨려 드는 느낌”이라며 “그림을 그릴 당시 박 화백의 상황이나 감정을 정확하게 전달하려니 긴장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공부도 빼놓지 않는다. 박 화백의 작품세계를 관람객에게 설명하기 위해 그의 삶을 더듬었다. 소설가 박완서가 박 화백을 모델로 쓴 소설 ‘나목’을 탐독했다. 박 화백의 후원자이자 그의 그림을 미국에 알린 마가렛 밀러 여사에 대해서도 공부했다. 박 화백의 사생활인 만큼 정확한 내용을 관람객에게 알려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2015년 8월 솔거미술관 개장과 함께 도슨트로 활동하고 있다. 이씨는 미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서울 출신인 그는 결혼 후 남편의 고향인 경주에서 생활하면서 경주여류작가회 회장직도 맡고 있다. 휴가 때마다 전국의 미술관을 찾을 정도로 일에 애착이 강하다. 그는 10여년 간 초등학교 방과 후 수업 미술 강사로도 일했다. 이 경험이 많은 사람 앞에 설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고 한다.
“솔거미술관은 어디 내놓아도 손색이 없습니다. 같은 전시회를 4번이나 찾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훌륭한 기획전도 많지요.”
이씨는 건축가 승효상씨가 설계한 솔거미술관을 보러 왔다가 그림에 빠지거나, 그림을 보러 왔다가 건물에 감동하는 사람도 많다고 했다.
그는 “박수근 화백의 작품과 일대기를 소개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큰 자부심을 느낀다”며 “관람객들이 그림을 보며 행복감을 느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성웅기자 k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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