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5차례 파업, 23일 쟁대위서 추가파업 결정
중국공장 가동률까지 급락, 협력업체 경영 위기 가중
현대자동차 노조가 6년 연속 파업을 벌이로 있는 가운데 울산과 경주지역에 산재한 협력업체 등 지역경제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 협상결렬로 지난 10일부터 21일까지 모두 5차례에 걸쳐 부분파업을 벌였으며, 22일에도 집행부와 대의원 이상 노조 간부들이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였다. 현대차 노조는 23일 다시 쟁의대책위원회 회의를 열어 추가 파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노조의 부분파업과 주말 특근 거부로 지금까지 모두 2만4,000여대의 생산차질과 4,900여억원의 매출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노조의 이 같은 파업은 최근 국내 자동차업계 전반에 불어 닥친 경영위기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비난을 사고 있다.
현대차 윤갑한 사장은 지난 18일 24차 임단협 교섭에서 “과거 현대차가 급성장할 때 누리던 고임금 요구 시대는 이제 지나갔다”며 “노조는 회사가 엄연히 직면하고 있는 위기를 제대로 인식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으나 전혀 먹혀 들지 않고 있다.
윤 사장은 “올해 미국과 중국시장에서 판매가 급감하고 있고 이에 따른 생산 오더(주문)가 급격히 줄고 있다"며 "향후 특근도 불가능한 시점이 예상보다 빨리 찾아올 수 있다"고 노조의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했었다.
이에 따라 현대ㆍ기아차 1, 2차 부품업체 300여개사가 몰려 있는 울산ㆍ경주지역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6년째 지속되고 있는 현대차의 파업으로 부품업체들은 이미 큰 손실을 본 데다 올해도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울산공장은 현대차 매출액의 44%를 차지, 노조 파업으로 전 차종에서 생산차질이 불가피해 협력업체 전반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현대차가 파업할 경우 협력업체들의 하루 손실액은 900억원대로 추정되고 있다. 현대차의 1차 협력업체는 540여개이며, 이와 연결된 2, 3차 협력업체가 10~100개에 달해 모두 5,000여 중소 협력업체의 고통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협력업체들은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로 중국에서의 현대차 판매량이 올해 들어 지난해에 비해 40% 이상 급감하면서 중국공장 가동률까지 60% 이하로 떨어져 유동성 위기 등 이중고를 겪고 있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해에도 20여차례에 걸친 노조의 파업으로 14만2,000여대의 생산차질이 발생해 3조1,000억원의 피해를 입었으며, 협력업체까지 포함하면 5조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차의 파업은 또 현대차 및 협력업체 공장 주변 상가의 매출 하락과 울산 전체의 경기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유발하고 있다..울산지역 한 현대차 협력업체 관계자는 “매년 이어지는 현대차 파업으로 회사존립 자체를 위협받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안한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며 “현대차 노조는 협력업체의 어려움과 손실도 고려해야 ‘귀족ㆍ갑질노조’란 오명을 벗을 수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울산상의도 "울산의 경기가 전반적으로 어려운 가운데 현대차의 파업은 불황을 가중시킬 우려가 높은 만큼 노사는 조속한 합의도출로 지역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창배 기자 kimcb@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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