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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차떼기’ 사건에 “가장 치욕스럽고 뼈아픈 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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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차떼기’ 사건에 “가장 치욕스럽고 뼈아픈 회한”

입력
2017.08.22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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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2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이회창 회고록' 출간기념회에서 회고록을 낸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2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이회창 회고록' 출간기념회에서 회고록을 낸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회창 전 총재는 회고록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정계에 입문하게 한 인연도 밝혔다. 1997년 12월 2일 비공개 회동 당시를 설명하면서 “개인적으로 박 전 대통령을 만난 건 처음”이라고 소개했다. 박 전 대통령 쪽에서 요청해 이뤄진 만남이었다.

이 전 총재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우리나라가 오늘날 경제난국에 처한 것을 보고 아버님 생각에 목멜 때가 있다”며 “이럴 때 정치에 참여해 국가에 기여하는 것이 국가와 부모님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해 정치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재는 박 전 대통령에게 받은 첫인상을 “매우 차분하고 침착했다”며 “부모님 모두 비명에 가신 참담한 일을 겪었는데도 어두운 이미지는 전혀 없었다”고 기억했다.

이 전 총재는 “3김 후의 새로운 시대, 통합과 도약의 시대를 열어야 했다”며 “그런 면에서 한나라당의 외연을 넓히는 데 좋은 자산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입당을 흔쾌히 응낙했다”고 밝혔다. 9일 뒤 박 전 대통령은 입당원서를 내고 기자회견을 열어 소견을 밝혔다.

이회창(왼쪽) 전 총재와 박근혜 전 대통령.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회창(왼쪽) 전 총재와 박근혜 전 대통령.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어 “뒷날의 일이지만 2002년 대선 패배 후 그가 한나라당을 맡아 천막당사로 옮겨 당의 재기를 이루어내는 것을 보면서 그의 정치 입문을 받아들인 내 결정이 잘못된 것은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 전 총재는 또 “그러나 솔직히 당시 나는 그가 뒷날 대통령까지 되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며 “더구나 그가 (중략) 탄핵당하고 구속까지 되리라고 어찌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라고 밝혔다.

특히 대통령에 당선된 후 국정운영에는 “실망도 하고 기대도 접었다”고 적었다. 이 전 총재는 박 전 대통령이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배신의 정치’라고 낙인 찍어 원내대표직에서 끌어내린 일을 거론하며 “소신을 지키고자 한 것이 왜 배신자인가”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처하는 박 전 대통령의 행보에도 “박 전 대통령이 궁지에 몰렸을 때 더 이상 대통령직에 있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국민의 분노가 폭발하기 전에 대통령직에서 하야하고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사과를 해야 했다”고 밝혔다. 또 “원하는 대로 대통령이 됐지만 대통령의 일에 대한 정열과 책임감, 판단력은 갖추지 못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노무현, 변화의 바람에 편승, 부상하는 데 능해”

2002년 9월 부산 아시아드 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개막식에 참석한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손을 잡고 밝은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02년 9월 부산 아시아드 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개막식에 참석한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손을 잡고 밝은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노풍’을 두곤 “조만간 깨질 바람으로 보았다”고도 했다. 이 전 총재는 2002년 두번째 대선 도전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패했다. 이 전 총재는 “변방으로 돌며 전두환 전 대통령 청문회에서 보듯이 뛰어난 언변과 돌출적 행동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내는 정치를 해온 것으로 보았다”며 “이런 사람은 대체로 시대의 흐름이나 변화의 바람이 일어날 때 민감하게 이에 편승해 부상하는 데 능하다”고 노 전 대통령을 평했다. 이어 “이것은 제3자의 관찰이므로 잘못 본 것일 수 있겠지만 당시 나는 ‘노무현 부상 현상’은 조만간 깨질 바람이라고 보았다”고 덧붙였다.

‘노무현ㆍ정몽준 단일화’에는 “정체성과 정강정책이 다른 두 당의 후보가 오로지 이회창을 이길 후보를 뽑으려 단일화한다는 것은 선택권자인 국민의 판단 기준에 혼란을 야기하는 것으로 민주주의의 원칙에 반하고 정당주의 원리에서 어긋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정치판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식의 막장극으로 치닫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토로했다.

노 전 대통령이 임기 중이던 2004년 검찰이 이회창ㆍ노무현 두 후보 측의 대기업 불법 대선자금 제공 사실을 밝힌 건 높이 평가했다. 앞서 2003년 12월 14일 노 전 대통령은 여야 4당 대표들을 만난 자리에서 “검찰수사에서 우리(캠프)가 불법자금이 한나라당의 10분의 1만 넘으면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전 총재는 “대선자금 사건은 재 삶에서 가장 치욕스럽고 뼈아픈 회한을 남겼지만, 이를 계기로 대기업이 정치인들에게 대선자금을 제공하던 과거의 관행은 이제 사라진 것처럼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여기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기여한 바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는 승자의 대선자금은 건드리지 않는 관행을 깨고 검찰의 조사를 적극적으로 막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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