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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도 ‘16년 전쟁’에서 발 못 빼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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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도 ‘16년 전쟁’에서 발 못 빼는 이유

입력
2017.08.22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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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정부군이 21일 수도 카불 근교 검문소에서 보초를 서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은 탈레반의 세력이 강화돼 수도 카불조차 안전하지 못한 상태다. 카불=AP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정부군이 21일 수도 카불 근교 검문소에서 보초를 서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은 탈레반의 세력이 강화돼 수도 카불조차 안전하지 못한 상태다. 카불=AP 연합뉴스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2001년 10월 7일 탈레반 정권을 무너트리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이래 미국에서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대한 회의론은 계속해서 제기돼 왔다. 그럼에도 부시와 뒤를 이은 버락 오바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모두 선뜻 철군을 결정하지 못했다. 여전히 강성한 탈레반 세력이 미군이 사라진 권력 공백지를 장악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새 아프간 전략’을 발표한 21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탈레반은 올해 들어 더욱 기세를 타고 있다. 이날도 탈레반은 북부 조우잔주 카마브구역을 장악했는데, 이번 달 정부군이 탈레반에 잃은 여섯번째 구역이다. 아프간 정부는 공식 피해 현황 발표를 중단했지만, 여러 자료를 종합하면 올해 들어 하루 평균 아프간 정부군 30여명과 민간인 9명이 사망하고 있다. 수도 카불의 외교구역을 향한 자살폭탄테러도 빈발하고 있다.

미국 CNN방송은 탈레반이 2016년 8월 기준으로 여전히 전체 국토의 약 36.6%를 장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민간기구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아프간 전쟁 모니터링 프로젝트 ‘롱 워 저널’ 편집자 빌 로지오는 CNN에 “탈레반은 2002년 초 이래 아프간 내 최대 영토를 장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정부가 2014년 다국적군 대부분을 물린 현재 아프간에는 미군 최소 8,400여명이 남아 있다. 이들은 전투원보다는 대체로 군사 조언가 역할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미군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아프간 정부군은 자력으로 탈레반을 격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탈레반은 이웃 국가 파키스탄에 안정적인 기지를 확보해 둔 채 국경을 넘나들고 있다. 비밀주의로 일관하는 아프간 정부, 방만한 운영과 부패로 얼룩진 군 지도부, 지역별ㆍ부족별로 분열된 정치구도 역시 정부군의 역량을 떨어트리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나치게 장기화된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회의적인 대중의 여론과 아프가니스탄에 권력 공백지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전략적 판단 사이 딜레마에 빠져 있다. 이라크에서 미군 철군을 지나치게 서두른 것이 이슬람국가(ISIS)의 발호를 불렀다는 지적이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대선 기간 “아프가니스탄을 떠나자”며 대대적 전략 변화를 약속해 온 트럼프 대통령조차 아프가니스탄에서는 ‘현상 유지’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미국 우드로윌슨센터의 마이클 쿠겔먼 남아시아담당 수석연구원은 “트럼프도 아프간에서 승리를 바랄 수는 없다”며 “탈레반과의 평화협상을 통한 지역 안정화가 유일한 출구인데 지금은 그마저도 탈레반에 유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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