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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치병과 바다 건너 통학도 배움 의지 못 꺾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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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치병과 바다 건너 통학도 배움 의지 못 꺾어”

입력
2017.08.22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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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대서 석사학위 받는 손기옥씨

희귀 메니에르병 이겨내고 성과

제주서 춘천까지 결석 없이 통학

대학 “강한의지 귀감 특별상 수여”

희귀 이비인후과 질환을 이겨내고 23일 한림대에서 석사학위를 받는 손기옥씨. 한림대 제공
희귀 이비인후과 질환을 이겨내고 23일 한림대에서 석사학위를 받는 손기옥씨. 한림대 제공

갑작스럽게 심한 현기증으로 고통 받는 희귀병을 이겨내고 9년 만에 석사학위를 받는 늦깎이 졸업생이 화제다.

주인공은 23일 한림대에서 보건학 석사학위를 받는 손기옥(46ㆍ여)씨. 손씨의 석사학위는 재발한 희귀 이비인후과 질환과 바다 건너에 제주에서 강원도 춘천까지 600㎞가 넘는 원거리 통학의 어려움을 딛고 이룬 성과라 더욱 의미가 깊다.

대구에서 대학을 졸업한 손씨는 1994년 제주도 장애인종합복지관에 취업했다. 15년간 임상현장에서 땀을 흘리던 그는 2009년 제주도에 자신의 이름을 딴 언어치료실을 열었다.

하지만 임상현장을 접할수록 전문지식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고, 멀리 춘천시에 위치한 한림대 보건과학대학원 언어병리학과 진학을 결정했다. “직접 치료센터를 운영하면서 임상현장에 고급 이론을 접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대학원 진학을 결심했습니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병마가 발목을 잡았다. 입학 후 몇 달 지나지 않아 메니에르병(Meniere’s disease)이 재발한 것. 내이 질환으로 심한 현기증, 난청, 이명현상이 동시에 나타나는 희귀병이다. 특히 제주에서 비행기를 타고 통학해야 하는 손씨에게 이비인후과 질환은 치명적이었다.

그는 비록 난치병으로 휴학과 복학을 반복했지만 배움에 대한 의지는 절대 꺾지 않았다. “제주에서 태풍과 폭설로 비행기가 뜨지 못한 경우를 제외하고 학위과정 2년 동안 손씨가 단 한 번도 무단결석을 하지 않았다”는 게 해당학과 관계자의 말이다. 지도를 맡은 고도흥(언어청각학부) 교수는 “일반인에게도 버거운 원거리 학업을 지병과 싸워가며 이뤄낸 손씨의 도전과 성과에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60대 이상 노인 103명을 대상으로 성별과 연령에 따른 음성학적 특징을 분석한 손씨의 석사논문은 음성장애 환자들에 대한 진단에서 유의미한 정보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림대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 손씨에게 23일 학위수여식에서 특별상을 수여한다. 손씨는 “2년간 배운 학계의 최신 트렌드를 임상현장에 접목해 치료 신뢰도를 높여나갈 계획”이라며 “건강이 허락한다면 더 깊이 있는 학업과 연구에 도전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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