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KBS새노조)가 이인호 KBS 이사장과 고대영 KBS 사장을 부정청탁 및 금풍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고발 조치한다고 밝혔다. 두 사람이 관용차로 개인적인 편의를 주고받아 김영란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KBS새노조는 22일 서울 여의도 노조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 이사장이 재임기간 동안 관용차를 사적 용도로 500여 차례 사용했다”며 “KBS 업무와 무관하게 교통편의를 제공 받은 이 이사장과 별다른 근거 없이 이를 제공한 고 사장을 김영란법 위반으로 이번 주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새노조는 이날 이 이사장의 관용차 운행 기록, 이 이사장의 대내외 일정, 관용차 업무 관계자 진술 등을 분석한 자료를 공개했다. 새노조가 이 이사장의 재임 기간(2015년 1월~2017년 6월)인 30개월 동안 이들 기록을 분석한 결과, 총 668일(월 평균 22.27일) 동안 운행거리는 5만1,820㎞였고, 하루 평균 77.57㎞였다. KBS 이사회가 열리지 않은 날 운행일수는 538일이었고, 휴일운행도 67일이었다.
새노조는 “이 이사장의 관용차는 대부분 오후 6시 이후까지 운행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며 “저녁 일정 중 상당수가 음악회 참석, 호텔 저녁 식사 등 개인적인 취미와 약속을 위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성재호 새노조 위원장은 “심지어 이 이사장이 주변 지인들에게 책을 선물하는 등의 개인적인 심부름을 관용차 운전기사에게 시킨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새노조는 관용차 임차료, 기사 인건비, 유류비 등을 고려해 관용차 유용으로 인한 KBS 재산상 손해가 1억6,700만원이며, 김영란법 시행 이후(2016년 10월~2017년 6월) 이 이사장이 불법 수수한 혐의를 받는 교통편의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5,000여 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새노조는 “KBS와 같은 공직유관단체의 이사를 공직자의 범주에 넣고 있다”며 “이 이사장도 김영란법 적용대상인 공직자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김준범 새노조 대외협력국장은 “김영란법은 1회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수수해서는 안 된다. 관용차와 같은 교통편의 제공도 금품의 일종으로 규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KBS 자산을 엄격하게 관리해야 하는 두 사람이 손해를 자초했다”며 “고 사장은 김영란법이 금지하는 공사의 자산(교통편의)을 제공한 것이고, 이 이사장은 제공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노조는 이 이사장과 고 사장의 배임혐의도 주장했다. KBS는 ‘이사회 규정’ ‘여비 규정’ ‘자기차량이용보조금 지급지침’ 등 관련된 사규 어느 곳에도 이사장에게 관용차를 제공할 수 있다는 근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는 것. 이사회의 의장인 이사장에게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미다. 성재호 위원장은 “고 사장 역시 배임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했다. 그는 “KBS사장은 KBS의 운영과 예산 집행에 대한 책임을 총괄하는 직위”라며 “고 사장은 이 이사장이 일상적으로 관용차를 탈 필요가 없음을 잘 알고 있음에도 관련 예산을 배정해 KBS의 재산상 손해를 자초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성 위원장은 이 이사장과의 통화 녹취록도 공개했다. 이 이사장은 휴일에 관용차를 사용했느냐는 질문에 “주말에는 거의 차를 안 썼다”고 밝히면서도 “무슨 문화행사나 음악회는 차를 타고 갔다”고 인정했다.
이 이사장은 “그런 곳에 가면 사람들이 나를 KBS 이사장으로 인지가 되니까, 이사장의 사회적인 위상이라든가 KBS 체면이라든가 내가 어떤 사람을 만나도 KBS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이사장에게 차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글ㆍ사진=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