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포 브랜드 네이밍 공모서 선정
오래된 가게+오래가라 의미
BI제작 관광자원으로 활용키로
구하산방ㆍ통문관ㆍ종로양복점 등
내달 말 30~40개 선정해 지원
서울시가 오래된 가게를 의미하는 노포(老鋪)의 새 이름으로 ‘오래가게’를 선정했다. 시는 서점, 양복점, 이발소 등 문화적 가치가 있는 오래가게를 발굴해 관광자원으로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는 21일 노포 발굴 사업의 일환인 노포 브랜드 네이밍 공모 결과 오래가게를 최우수상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오래가게는 ‘오래된 가게’라는 뜻과 ‘오래 가라’라는 의미를 담은 말이다. 노포보다 부르기 쉬운 우리말이기도 하다.
시는 오래가게를 브랜드 아이덴티티(BI)로 제작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노포 관련 홍보에 활용할 계획이다. 공모전에서는 이외에도 ▦장수상점 ▦히스토어 ▦이어가게 ▦店店오래 ▦오고가고가 수상했다.
서울은 오래된 가게를 찾기가 힘든 도시다. 짧은 기간에 식민지, 전쟁, 산업화로 인한 압축성장을 겪으며 옛 흔적은 빠르게 사라졌다. 오래된 가게라 해도 역사가 30~40년이다. 해방 전부터 이어져 온 가게는 손에 꼽는다. 반면 일본에서 시니세(老鋪)라고 불리는 노포는 단순히 오래된 가게가 아닌 가업을 이어 오는 가게라는 의미로, 그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다. 2017년 도쿄상공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1,000년 된 시니세는 7개, 100년 이상 된 곳은 3만3,000여개에 달한다.
국내의 노포는 그나마 명맥을 유지해 온 가게들도 시대상의 변화로 존립을 위협받고 있다. 전통 필방 구하산방의 홍수희 사장은 “구경만 하다 그냥 가는 관광객이 태반”이라며 “사업을 접을 기로에 서 있다”고 토로했다. 고서점 통문관의 주인 이종운씨는 “사람들이 책 같은 활자 매체에 관심을 갖지 않는 시대다 보니 운영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씨는 “우리는 ‘맛집’과 성격이 다르다”며 “오래된 가게를 보존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는 이런 세태에 맞서 노포 발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오래된 것에 대한 가치를 헤아리고 보존한다는 취지다. 노포에 새 이름을 지어준 것을 시작으로, 시민과 전문가가 추천한 후보 중 30~40개를 선정해 9월 말 발표한다. 단순 발굴 작업에 그치지 않고 가게에 얽힌 오래된 이야기도 함께 알릴 예정이다. 종로구와 중구에 위치한 가게 중 요식업은 50년, 그 외 업종은 30년 이상 이어진 곳을 일차적 선정 기준으로 정했다. 요식업을 제외한 나머지 업종은 서울시내가 최근 100년 간 급격한 변화를 겪은 점을 감안해 영업 장소를 옮겼어도 후보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고종과 순종이 붓을 구입했다는 전통 필방 ‘구하산방’, 삼대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고서점의 대명사 ‘통문관’, 기성복의 등장에도 100년 넘게 옷을 지어 온 ‘종로양복점’ 등이 후보지다.
서울시 사업 관계자는 “주인 분들이 ‘장사가 안 된다’ ‘대를 이을 사람이 없다’는 말을 많이 하신다”며 “관광 책자를 만들거나 투어 코스로 지정하는 등 도움이 될 만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옥진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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