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축사에서 ‘어떤 나라도 한국 동의 없이 군사행동을 할 수 없다’고 천명했지만 수일 후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부 장관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려 하면 미국은 즉각 저지할 수 있다고 밝혀, 문 대통령 주장을 반박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백악관에서 대북 예방전쟁론이 고조되고 있다’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매티스 장관이 문 대통령의 “한반도에서 군사행동 최종결정권은 한국에 있다”는 주장을 부정했다고 풀이했다. 매티스 장관은 17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미국이나 동맹국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려는 것을 포착할 경우 “(사전에) 그것을 못하게 할 즉각적이고 정밀한 행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NYT는 이 발언이 한국 동의 없이도 미국이 (군사)행동을 할 수 있는 상황을 묘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NYT는 다만 매티스 장관이 미사일이 발사되기 전 직접 타격하거나 사이버 교란 작전을 통해 발사를 무력화하는 것 등 구체적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NYT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라크전 이후 처음으로 북한에 대해 ‘예방전쟁(preventive war)’을 고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예방전쟁이란 침략 가능성이 있는 국가에 선제공격을 해 침략을 미리 방지하는 것을 뜻한다. 전쟁 발발이 임박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격하는 행위이자‘선제타격’보다 적극적 개념이다.
실제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5일 MSMBC 인터뷰에서 ‘선제전쟁’을 준비하느냐는 질문에 “북한이 미국을 위협하지 못하도록 하는 전쟁, 즉 ‘예방전쟁’을 의미하느냐”고 물은 뒤 “대통령은 북한이 핵으로 미국을 위협하는 것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명확히 말했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고위 보좌관 입에서‘예방전쟁’이라는 단어가 구체적으로 나온 것은 이례적이었다. NYT는 이 발언이, 예측불가의 북한 김정은 정권과 한반도의 현상유지를 원하는 중국을 겨냥해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대통령들과 달리 북한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다는 점을 과시하려는 발언으로 해석했다.
한편 매티스 장관은 21일 시작된 한미연합 군사훈련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에 참여하는 미군 병력이 지난해보다 5,000명 축소된 점에 대해 북한 때문이 아니라고 밝혔다. 매티스 장관은 20일 기자회견에서‘미군 병력이 기존 UFG 연습 때보다 수천 명 감소한 것은 북한의 반발을 의식한 것이냐’는 질문에 “(미군) 병력 숫자는 북한 관련 요인에 대한 대응이 아니라, 올해 훈련이 ‘지휘와 통제’에 초점을 맞춘 데 따라 정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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