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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日아베, 아시아에서 美로부터 조용히 독자노선 탐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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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日아베, 아시아에서 美로부터 조용히 독자노선 탐색”

입력
2017.08.21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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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정기적으로 통화를 하며 ‘찰떡공조’를 과시하는 인물이다. 트럼프의 종잡을 수 없는 언행에 대해서 좀처럼 비판이나 코멘트조차 하지 않는 세계에서 몇 명 안되는 지도자다. 일본의 국익에 미국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존재라는 인식에 따른 것이지만, 뉴욕타임스(NYT)는 21일(현지시간) 향후 미국 영향력이 쇠퇴할 것을 대비해 독자노선도 모색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신문은 일본이 지난달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여전히 남아있는 11개국들과 무역회담을 주도한 것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미국이 협정 탈퇴 선언을 했음에도 일본은 협정을 되살리는데 진력하고 있다. 미국이 뒤늦게라도 복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명분이지만 자구책 마련에 나선 측면이 강하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미 컬럼비아대 히코타니 다카코 조교수(현대일본 정치외교 전공)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일본은 자유주의 질서와 자유무역을 어떻게 지킬지 생각해야 한다”며 “이는 일본의 이익 뿐 아니라 아시아 전체에 이익이 되기 때문”이라고 평했다.

일본은 특히 미국의 대결적 대중 정책과 달리, 중국에 대해 독립적이고 더 강력한 관계를 구축하려는 의도도 드러내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 6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구상에 대해 “협력해 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일본은 동남아 일대 각종 사회기반시설 건설사업에도 적극 투자하고 있다.

일본 내각 일각에선 대북한 정책에서도 미국과 다른 길을 개척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익매체 산케이신문은 지난 18일자 사설에서 “서로 용납할 틈이 없는 양자(미국과 북한) 사이에 일본이 끼어들 것”을 주문한 뒤 일본인 납치자 송환문제에 대해 북한과 협상할 것을 제안했다.

한편에선 트럼프의 ‘화염과 분노’같은 호전적인 대북 발언들이 일본을 겁먹게 해 미국과 거리를 두는 쪽으로 전환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일본국제문제연구소(JIIA) 고타니 데쓰오 선임연구원은 “일본이 트럼프의 대북 강경자세를 언제까지 참아야 하느냐는 물음이 제기될 수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북한 리용호 외무상이 지난 6일 필리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장관과 만나 일본과 대화 의향을 밝혔다는 보도는 이런 관측을 부채질했다. 다만 일본이 실제 북미대화를 유도하는 의미있는 역할을 할 것 같지는 않다고 아베 총리 측 생각에 정통한 소식통이 전했다.

그럼에도 다른 이들은 아베 총리가 “일본에 이익이라고 생각할 때는 미국과 다른 길을 걸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NYT는 전했다. 오바마 행정부 때 크림반도 병합 관련 러시아제재 때도 일본은 미국이 원하는 수준보다 낮은 강도의 제재를 가했으며, TPP를 되살리려는 일본의 노력 역시 미국으로부터 얼마간 독립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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