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화무기 공식 논의 전에
“불허 무기 목록에 추가” 촉구
‘킬러 로봇’은 인공지능(AI)이 그리는 암울한 미래상 중 하나이다. 아무런 감정이 없는 기계에 탑재된 첨단무기가 인명을 무차별 살상하고 해킹이나 오작동으로 명령체계에서 벗어난 로봇이 인류의 종말을 재촉할 수도 있다.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이 전쟁 로봇의 출현을 막기 위해 뭉쳤다. 2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 등 세계 26개국 AIㆍ로봇 업계 기업인 및 과학자 116명은 유엔에 공동서한을 보내 AI를 활용한 로봇 무기 개발의 금지를 강력하게 촉구했다. 머스크는 대표적인 AI 비관론자이다.
이들은 서한에서 “재래식 무기의 자동화 경쟁은 ‘제3의 무기혁명’ 즉, 킬러 로봇 제작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개발을 억제하려는 노력은 지지부진해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기 전”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서한은 무인항공기(UAV) 등 자동화 무기와 관련한 유엔의 공식 논의를 앞두고 과학계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나왔다. 21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리는 AI 전문가 회의인 ‘국제인공지능 공동컨퍼런스(IJCAI)’에서도 이 문제가 다뤄질 예정이다. 참석자들은 “1983년 발효된 유엔 특정재래식무기금지협약(CCW)의 개발 불허 무기 목록에 ‘도덕적으로 잘못된’ 자율무기 시스템을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화 ‘터미네이터 제네시스’에 등장하는 로봇군단은 더 이상 공상과학 소설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미국 해군은 자율운항 함정 ‘시 헌터’를, 러시아는 무인 지상용 전투차량 ‘우란-9’ 개발에 성공했거나 시험 운용 중이다. 2013년 비행 테스트를 통과한 영국의 ‘타라니스‘ 드론은 2030년이면 주력 전투기 토네이도 GR-4를 대체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도 제작업체의 부인에도 삼성테크윈이 만든 무인 보초병 로봇 ‘SGR-A1’을 비무장지대(DMZ)에서 운용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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