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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예장자락에 경술국치 역사탐방로

입력
2017.08.2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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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감관저터~조선신궁터

1.7㎞ 내년 8월까지 조성

1910년 국권을 상실한 한일병합조약이 체결된 한국통감관저터, 1921년 의열단원 김익상 의사가 폭탄을 던진 조선총독부, 일제 종교 시설 신사와 조선신궁까지.

서울시는 경술국치의 아픈 역사 현장을 잇는 역사탐방길 ‘국치길’을 남산 예장 자락 1.7㎞에 조성해 내년 8월 선보인다고 21일 밝혔다. 시는 시민이 직접 걸으면서 치욕의 순간을 기억하고, 상처를 치유하자는 의미에서 국치길이라고 이름 붙였다.

‘ㄱ’자 모양으로 조성되는 국치길 코스는 병탄조약이 체결된 한국통감관저터에서 시작된다. 강제병합 이후인 1910~1939년에는 조선총독관저로 쓰이던 곳이다. 이 길은 김 의사의 항일 의거 현장인 조선총독부가 설치됐던 서울 서울애니메이션센터와 일제가 러일전쟁 영웅으로 추앙하는 인물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노기신사 터(남산원), 청일전쟁 승전 기념으로 건립한 갑오역기념 터와 경성신사 터(숭의여대)로 이어진다. 고종 황제가 쓴 비석이 세워진 한양공원비석과 1925년 일제가 만든 신사인 조선신궁 터(옛 남산 식물원)에서 길은 끝난다.

이 같은 각 기점에는 표지석이 세워진다. 재료는 실제 역사 현장에서 나온 파편을 재활용한다. 예를 들어 국세청 별관 자리를 허물며 나온 조선총독부 산하 체신사업회관의 폐콘크리트 기둥을 가져다 서울애니메이션 부지에 설치하는 식이다.

이 길은 역사문화해설사가 함께 걸으면서 남산의 역사, 문화, 인물에 대해 설명하고 직접 탐방할 수 있게 운영될 예정이다.

시는 107년 전 병합조약이 체결된 22일에는 독립유공자들과 함께 걷는 행사를 개최한다. 김구ㆍ이회영ㆍ윤봉길ㆍ백정기ㆍ장준하 등 독립유공자 후손 30여명이 참석한다.

진희선 시 도시재생본부장은 “과거 이곳에서 우리가 나라를 잃었고, 우리나라를 식민지로 지배하기 위해 일본이 남산을 허물고 관련 시설을 설치했던 것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며 “국치길이 역사의 아픈 상처를 시민들이 직접 느끼고 기억해 더 나은 미래를 개척하는 첫 걸음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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