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법관대표회의 소속 판사가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추가조사’를 촉구하며 11일째 단식하고 있다. 임기를 한달 정도 남겨둔 양승태 대법원장이 법관회의의 요구사항을 수용해 사법행정권 남용사태에 매듭을 지으라는 것이 해당 판사의 요구사항이다.
21일 법원 등에 따르면 인천지법에 근무 중인 오모(40) 판사는 지난 10일 아침부터 물과 소금만 먹으며 금식기도를 하고 있다. 법관회의 소속인 오 판사는 블랙리스트 추가조사를 위한 현안조사 소위원회 위원이다. 오 판사는 다른 판사 대표들의 만류에도 뜻이 확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재판 업무를 계속하고 있으며 이날까지 건강상태는 양호한 편이라고 한다.
오 판사는 17일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을 통해 “법관회의가 결의한 내용이 모두 존중되고 수용되기를 바라면서 금식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추가조사는 진상규명과 신상필벌을 통해 사법부가 깨끗하고 당당하게 거듭날 수 있도록 하자는 염원이 당긴 소중한 의결”이라며 “전국 판사님들의 심사숙고한 판단이 집약된 의결이므로 이렇게 거부당하고 묻혀서는 안 된다”고 적었다.
양승태 대법원장에게는 결자해지를 요구했다. 그는 “대법원장은 추가조사 결의에 대해 일체 거부하고 지금까지 인적쇄신 등 합당한 대안을 내놓지도 않았다”며 “책임이 무거운 현 대법원장이 마땅히 결자해지 해야 한다. 후임 대법원장에게 짐을 떠넘기는 것은 옳지 못한 처사라고 감히 말씀 드린다”고 썼다.
한편 대법원은 현안조사 소위원장인 최한돈(52) 인천지법 부장판사가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를 아직 처리하지 않고 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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