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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경 회장대행 유력 경쟁자로 김지완 전 하나금융 부회장 부상
노조 “文정권 낙하산 인사”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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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추천위, 3대 3으로 의견 갈려
주총서 이사회 결정 거부 가능성도
내홍 길어지면 경쟁력 하락 불가피
국내 최대 지방금융그룹인 BNK금융지주의 차기 회장 인선이 ‘정치권 낙하산’ 논란에 표류하며 결국 내홍 장기화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부산ㆍ경남은행 등을 거느리고 있는 자산 106조원의 BNK금융은 성세환 전 회장이 지난 4월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된 뒤 공석인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밟고 있다. 당초 BNK금융은 지난 17일 최종 후보자를 선정할 예정이었지만 돌연 21일로 연기했다. 일정에 차질이 빚어진 것은 최종 후보로 박재경(55) BNK금융지주 회장대행과 정민주(62) BNK금융연구소 대표 등 내부 인사 외에 김지완(71)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부상하며 낙하산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부산은행 노조를 비롯해 부산지역 시민단체 등은 김 전 부회장이 ‘문재인 정부의 첫 낙하산 인사’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김 전 부회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산상고 동기로,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경제자문을 맡았다. 부국ㆍ현대ㆍ하나대투증권 대표를 지낸 증권통이지만 은행업 경험은 없다.
그러나 경영 공백을 하루 빨리 수습하기 위해서는 조직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이 높은 인사가 차기 회장으로 선임돼야 한다는 게 BNK금융 내부 분위기다. 부산은행 노조 관계자는 “금융권에 대한 낙하산 인사는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고 말했다. 성낙조 금융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낙하산 인사가 선임되면 향후 잇따른 금융기관 수장 인사에도 정부의 입김이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김 전 부회장을 지지하는 측은 외부인사 인선을 그 동안의 독단 경영과 적폐를 해소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BNK위기 발생에는 회사 내 순혈주의 탓이 큰 만큼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6명의 이사로 구성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박 회장대행과 김 전 부회장을 두고 3대3으로 의견이 팽팽히 갈린 상황이다. 문제는 이사회의 결정이 주주총회에서 거부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는 데에 있다. BNK금융의 최대 주주는 국민연금(지분 12.43%)이지만 경영엔 관여하지 않고 있다. 그 동안 중립을 지켜 온 2대 주주 롯데그룹(11.33%)은 최근 박 회장대행 지지로 돌아선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부회장이 선임되면 주총에서 최종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롯데가 반대표를 던질 경우 다른 기관 투자자도 이를 따를 공산이 크다. 결국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극심한 내홍과 이에 따른 기업가치 및 경쟁력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BNK금융 관계자는 “낙하산 회장 인선으로 노조와 정치권 등 진통이 이어지면 주가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며 “안정적 실적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선 경영이 하루빨리 안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BNK금융지주 주가는 최근 소폭 하락세다. 한 금융권 관계자도 “정치권 낙하산 인사로 외풍에 시달리다 결국 신한금융에 정상의 자리를 내 준 KB금융지주의 전례를 되새겨야 한다”고 꼬집었다. Sh수협은행도 낙하산 논란에 3개월이 넘도록 새 행장을 선출하지 못한 채 몸살을 앓고 있다.
BNK금융은 21일 신임 회장을 선임한 뒤 이를 다음달 8일 주주총회와 이사회에서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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