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m깊이 탱크서 도색작업 중
“펑 소리와 함께 배에서 연기”
휴일근무 협력업체 직원 4명 숨져
삼성重 사고 이어 석달 만에 또 참변
원청의 하청직원 안전관리 도마에
고용부, STX현장 작업 전면중지 명령
경남 창원 STX조선해양의 건조 중인 선박에서 폭발사고가 나 사내 협력업체 직원 4명이 숨졌다. 거제 삼성중공업 조선소에서 6명이 숨진 사고가 난 지 3개월여 만에 다시 조선소 협력업체 직원들의 대형 인명피해로 원청업체의 안전 책임이 도마에 올랐다.
20일 오전 11시 37분쯤 경남 창원시 진해구 원포동 STX조선해양이 건조 중인 7만 4,000톤급 화물운반선 지하 3층에 위치한 RO탱크(잔여기름탱크)가 폭발했다.
이 사고로 탱크 내에서 도색작업을 하던 협력업체 직원 김모(52)씨, 임모(53)씨, 엄모(45)씨, 박모(33)씨 4명이 숨졌다. 이들은 오는 10월 그리스업체에 선박 인도를 앞두고 막바지 도색작업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가 난 RO탱크는 선박에서 사용하고 남은 찌꺼기 기름을 보관하는 저장소로 깊이 약 12m에 면적은 20㎡(6평) 가량이다. 갑판에서 탱크로 내려가는 입구의 지름은 약 1m에 불과해 성인 한 명이 겨우 오르내릴 수 있는 구조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탱크 내 잔류가스가 남아 현장조사를 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산소탱크 등 장비를 갖춘 구조대가 1차로 탱크 내 시신들을 인양했고 잔류가스를 빼내는 작업은 오후까지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소방당국은 탱크 내 발생한 유증기로 인해 폭발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사고원인을 찾고 있다. 그러나 발화 원인인 불씨를 찾는데 애를 먹고 있다. 당시 인근에서 일하던 직원들은 “‘펑’ 소리와 함께 배에서 연기가 났다”고 진술했다.
이번 사고로 숨진 인부들은 모두 협력업체 직원들이었다. 조선소 협력업체 직원이 사고로 숨진 것은 처음이 아니다. 근로자의 날인 지난 5월 1일 거제 삼성중공업 조선소 내에서 800톤급 골리앗과 32톤급 타워크레인이 충돌, 타워 지지대가 무너지며 6명이 숨지고 25명이 부상을 당했다. 조사결과 인도를 한달 여 앞둔 상황에서 막바지 작업을 하던 작업자들이 장애물 확인과 신호 전달을 소홀히 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숨진 6명은 5개 협력업체 직원들이었다.
이 같은 피해가 잇따르자 조선 업계에서는 휴일 대형 인명사고가 나면 “또 협력업체냐”는 한탄까지 나올 지경이다.
STX조선해양 폭발사고를 맡은 창원해경은 작업 과정에서 화기관리자 배치, 안전장비 착용 등 안전수칙 준수 여부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STX조선해양 관계자는 “당시 주변에 화기 작업은 없었고 탱크 환기구는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다”며 “사고 수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인명사고 시 원청업체 책임을 묻는 내용의 중대 산업재해 예방 대책을 발표한 지 사흘만에 대형사고가 발생하자 고용노동부는 당혹스런 표정이다. 이날 급거 현장을 찾은 김영주 고용부 장관은 “인도날짜를 맞추려고 무리하게 하청에 주말특근을 요구했는지 등을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부는 STX현장에 대해 전면 작업중지를 명령했다.
창원=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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