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 금지 물질… 정부 “기준치 미만 검출”
살충제 계란 빵ㆍ훈제란 업체에 납품 확인
정부가 살충제 계란 전수조사에서 1970년대 이후 전 세계적으로 사용이 금지된 ‘디클로로디페닐트리클로로에탄’(DDT) 성분이 검출됐는데도 발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농장은 살충제를 사용해선 안 되는 친환경 인증 농가다.
남태헌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농관원) 원장은 20일 “친환경 무항생제축산농가 2곳에서 사용이 금지된 DDT 성분이 검출됐지만 허용 기준치 미만이라 발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DDT는 강력한 살충제 효과를 가진 물질로, 40년대부터 ‘기적의 살충용 농약’으로 널리 사용됐다. 그러나 물질의 농도가 처음의 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최대 15년)가 길어 곤충→새→포유류 등 먹이사슬을 따라 축적돼 피해를 준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위험성 경고가 이어지며 사용이 금지됐다. 우리나라에서도 73년 공식 금지됐다.
DDT의 허용 기준치는 0.1㎎/㎏으로 설정돼 있다. 일부 나라에서는 아직까지 DDT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수입 농산물에 잔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북 경산시와 영천시에 위치한 농가 계란에선 각각 허용 기준치 미만인 0.028㎎/㎏, 0.047㎎/㎏이 검출됐다. 그럼에도 정부는 인증마크만 떼면 계란을 유통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남 원장은 “허용 기준치 미만이라 유통이 가능하지만 만일에 대비해 출하를 중단시킨 상태”라고 말했다.
농관원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규정한 중점관리대상인 27종보다 훨씬 많은 살충제 성분을 검사하는 과정에서 DDT를 검출했다. 남 원장은 “농장주들도 DDT가 검출된 이유에 대해 ‘잘 모르겠다’라고 말했다“며 “DDT는 반감기가 자연환경에서는 수십년까지 길어져 농가로 우연히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농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부적합 판정을 받은 계란의 유통 경로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식품제조업체 2곳에 살충제 계란이 납품된 것을 확인했다. 해당업체는 ‘유일식품’(모닝빵 등 32개 제품 203kg)과 ‘행복담기 주식회사’(동의훈제란 2만1,060개)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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