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어린이 한글공부 위해
동화 오디오북 녹음 재능기부
빈곤층 어린이에 인형 선물
노인들엔 ‘찾아가는 안마’ 봉사
지난 6월 KB증권 임직원 30여명은 서울 양천구의 한 스튜디오에 모였다. 전문 성우에게 교육을 받은 뒤 녹음실 마이크 앞에 선 이들은 떨리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맡은 배역에 따라 동화 속 대사를 실감나게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직원들은 이날 18권의 경제 동화책을 녹음해 오디오북을 만들었다.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의 한글 학습을 돕기 위한 책이다. ‘가죽신 찰리’ ‘코나의 선물’ ‘꿈을 그리는 아이’ 등 직원들의 목소리가 담긴 오디오북은 양천구 공동 다문화가족 스마트도서관에 전달됐다.
KB증권은 지난해부터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이 한글에 친숙해질 수 있도록 목소리 재능기부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날 녹음을 마친 한 직원은 “마이크 앞에서 직접 성우처럼 목소리를 녹음해보니 너무 떨리고 어려웠다”며 “동료들과 함께 정성껏 녹음한 동화책이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한글을 배우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또 다른 직원도 “직원들의 목소리뿐만 아니라 우리의 따뜻한 마음도 고스란히 전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목소리 재능기부는 올 하반기에도 예정돼 있다.
KB증권은 소외된 이웃에 온정을 나누면서도 특히 일자리 창출과 연계된 활동을 펼쳐 주목을 받고 있다. KB증권은 2010년부터 중증 시각장애인 안마사(이하 헬스키퍼)를 직접 고용해 ‘사랑의 안마서비스’ 활동을 8년째 이어오고 있다. 헬스키퍼는 지역 노인복지센터에 배치돼 치매 어르신과 혼자 사는 어르신들을 방문해 안마 봉사를 한다. 헬스키퍼는 KB증권의 직원으로 고용돼 안정된 일자리를 얻고, 어르신들은 안마를 통해 건강관리를 받을 수 있는 1석2조의 사회공헌 모델인 셈이다. 현재 11명의 헬스키퍼가 서울 영등포구와 강남구 소재 6곳의 노인종합복지관과 데이케어센터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내달까지 2명을 추가 채용하기로 했다. KB증권은 앞으로도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등과 협의해 장애인 근로자들을 위한 직무를 발굴하는 등 장애인 일자리 창출에 힘쓸 방침이다.
KB증권은 올해 초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이 통합돼 새로 출범한 후 사회공헌 활동 규모도 확대했다. ‘진심을 다하는, 따뜻한 KB증권’이라는 슬로건 아래 임직원들의 자율적인 나눔문화를 정착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임직원 봉사활동 가운데 직원들이 기부할 물건을 직접 만드는 ‘핸즈온(Hands On)’이 있다. 직원들은 해외 빈곤 어린이들을 위한 장난감, 신생아용 모자, 인형 등을 손수 만들었다. 이달에도 800여명의 직원들이 희귀 난치병 아이들을 위해 양말인형을 만들고 있는데 조만간 전달할 예정이다.
가정의 달 5월에 홀로 생활하는 어르신들에게 직접 만든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는 ‘효(孝)드림 카네이션 봉사활동’도 대표적인 핸즈온 활동이다. 직원들은 매년 5월이 되면 직접 카네이션을 만들어 어르신들께 전달하고 말벗 역할을 한다. 올해도 100여명의 직원들이 서울 신정종합사회복지관을 찾아 어버이날 맞이 특식 배식봉사를 하고 미리 준비한 떡도 함께 나눠 먹는 시간을 가졌다.
여직원들이 뭉쳐 만든 ‘여울림’은 무려 30년의 오랜 기간 동안 온정을 나눠 왔다. 여울림은 회비를 모아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등에 후원금으로 전달하거나 분기마다 소년소녀가장 돕기, 아름다운 가게 판매행사, 지체장애인 목욕봉사, 노인복지관 청소봉사, 희귀병 환우 돕기, 독거노인 돕기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진행한다. 연말연시에는 임직원 가족들과 함께 김치를 담가 다일공동체(‘사랑의 밥퍼’를 운영하는 복지단체)에 보내기도 한다. 지난 4월에는 여울림 주관으로 평소 문화 혜택을 누리기 어려운 어린이 100여명에게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줬다. 어린이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마술공연부터 경제관념을 심어주는 눈높이 금용 교육까지 함께 진행해 어린이들의 호응을 받았다.
KB증권은 임직원들의 사회공헌활동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관리한다. 자율적인 나눔 문화와 자원봉사 확산 및 정착을 위해 꾸준히 배식봉사, 헌혈, 지역사회 환경개선 등 다양한 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환경 보호에도 적극적이다. 지난해엔 두 차례에 걸쳐 북한산 국립공원에서 쓰레기를 줍고, 동물들의 쉼터를 마련해주기도 했다. 지난 3월과 6월에도 70여명의 임직원들이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환경 정화활동에 동참했다.
KB증권은 오는 10월 긴 추석연휴 기간에 지역사회복지관을 이용하기 어려운 저소득층 가정을 위해 ‘KB박스’를 준비 중이다. 열흘이라는 긴 연휴에 필요한 기초 생필품들을 담은 KB박스는 임직원들이 정성스럽게 포장해 내달 중순에 전달된다.
윤경은 KB증권 사장은 “임직원들이 지역사회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실천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 비정부단체(NGO) 등 다양한 채널과 협력하는 한편, 따뜻한 금융을 전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앞장설 수 있게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재희 기자 luden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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