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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가 성장이다] “취업 힘든 계층에 실질적 도움” 투자 늘리는 기업들

입력
2017.08.20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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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사회적기업과 손잡는 대기업

경북 포항의 포스코휴먼스 클리닝 실내 작업장에서 황수경(왼쪽)씨가 동료와 함께 일하고 있다. 포스코휴먼스 제공
경북 포항의 포스코휴먼스 클리닝 실내 작업장에서 황수경(왼쪽)씨가 동료와 함께 일하고 있다. 포스코휴먼스 제공

“6년간 직장을 두 번 옮기고 나니 점점 위기의식이 생겼어요. 안정적인 일자리를 갖고 싶었지만 장애인이라는 점 때문에 쉽지 않았죠. 그러던 차에 포스코휴먼스에 입사하게 됐어요. 복지후생도 좋지만 무엇보다 해고 걱정 없이 오래도록 다닐 수 있는 점이 좋아요.”

시각장애 1급인 황수경씨는 고향인 대구를 떠나 8년째 경북 포항시의 포스코휴먼스에서 근무하고 있다. 16일 근무 중 잠시 짬을 내 만난 그는 “둘째를 임신 중인데 걱정 없이 육아휴직을 할 수 있어서 좋다”며 환하게 웃었다. 황씨가 근무하고 있는 포스코휴먼스는 포스코가 장애인 등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설립한 국내 제1호 대기업 자회사 형 장애인표준사업장으로 직원 401명 중 장애인 198명을 포함해 210명의 취약계층이 근무하고 있다. 장애인 198명 가운데 중증장애인만 93명이다. 포스코 직원들의 인사와 노무, 후생 지원업무와 포스코 및 계열사 직원들의 근무복, 방열복 세탁, 정보기술(IT) 서비스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포스코휴먼스가 포스위드라는 이름으로 처음 출범한 2008년만 해도 국내에서 사회적기업은 익숙하지 않은 개념이었다. 더구나 이윤 추구가 목적인 기업이 사회적 공익을 중시하는 사회적기업을 자회사로 두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사회적기업과 손을 잡고 사회 공헌을 실천하는 대기업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사회적기업이 취업이 더 어려운 취약계층을 위한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기에, 이를 통해 사회 공헌을 실천하려는 기업이 늘고 있다.

대기업 중 가장 적극적으로 사회적기업을 지원하는 곳은 SK다. 2014년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이라는 책을 직접 펴냈을 정도로 사회적기업에 관심이 높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달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일자리 창출효과가 큰 사회적 기업 200개 지원을 통해 고용창출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SK는 최 회장의 아이디어에 따라 2015년부터 사회적기업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화폐 단위로 측정해 그에 상응하는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사회성과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93개 사회적기업에 48억원의 인센티브를 지급했다.

경기 화성시에 위치한 동부케어의 요양보호사들이 어르신을 돌보고 있다. 고경석 기자
경기 화성시에 위치한 동부케어의 요양보호사들이 어르신을 돌보고 있다. 고경석 기자

이런 ‘사회성과 인센티브’ 모범 사례인 종합 돌봄 서비스 전문 사회적기업 동부케어는 2015년 168명이던 직원 수가 지난해에는 369명으로 늘어났다. 17일 경기 화성시 진안동 본사 사무실에서 만난 진락천 동부케어 대표는 “SK의 사회성과 인센티브 덕에 일자리를 1년 만에 2배로 늘어났다”며 “올해 말까지 500명, 2020년까지 1,000명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동부케어는 요양보호사를 고용해 노인, 산모, 어린이, 장애인을 돌보는 서비스를 제공할 뿐 아니라 요양보호사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의 역할도 하고 있다. 이날에도 수강생 30명이 6주 과정의 교육을 받고 있었다. 박혜경 원장은 “수강생은 주로 50, 60대 주부가 대부분인데 퇴직한 남성들도 더러 있다”며 “교육을 수료하면 대부분 일자리를 찾는다”고 말했다.

2011년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된 이후 정부와 SK의 지원을 받아 오늘에 이르고 있지만 동부케어의 변함없는 고민거리는 외부 지원 없이 자립하는 것이다. 진 대표는 “언젠가 SK의 지원이 끊기더라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앞서 있는 사회적기업이 후발주자를 이끌어주는 역할을 해줘야 시장이 커질 수 있는데 우리도 그런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회적기업의 역사가 오랜 유럽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 경제에서 사회적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미미하다.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5위인 영국에서는 7만개가 넘는 사회적기업이 GDP의 1%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업체 수도 1,700여개에 불과하고 GDP 기여도도 0.1% 수준에 그치고 있다.

사회적기업이 일자리 창출의 돌파구가 될 수 있는 건 이런 성장잠재력 때문이다. 최태원 SK 회장은 “향후 10년 안에 사회적 기업 경제규모를 GDP의 3% 수준으로 올리고 이를 위해 사회적기업 10만개를 만들면 사회적기업들의 혁신이 우리 사회 전체로 퍼져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적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일반 기업이 사회적기업에 직접 투자를 하거나 협업, 또는 지원을 하는 일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국내 1호 사회적기업인 다솜이재단은 교보생명이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과 소외계층 간병 지원을 위해 2007년 설립한 곳이다. 삼성은 2010년 다문화가정의 경제ㆍ사회적 기반 마련을 돕기 위해 사회적기업 ‘글로벌투게더’를 설립했고, 현대자동차는 사회적기업가를 발굴, 육성하는 프로그램인 ‘H-온드림 오디션’을 통해 2011년부터 매년 20억원씩 지원하고 있다. 교통 약자를 위한 보조ㆍ재활기구 생산업체인 사회적기업 ‘이지무브’의 대주주도 현대차다. 한화그룹은 카페 ‘빈스앤베리스’로 잘 알려진 식음료 계열사 한화B&B를 사회적기업으로 운영하며 취약계층을 고용하고 있다. 또 LG화학과 LG전자는 친환경 분야 사회적기업 지원을 목적으로 각각 20억원을 출자해 ‘LG소셜펀드’를 조성해 운영하고 있다.

강경흠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성과평가팀장은 “기업의 사회적기업 지원 방식이 과거에는 물품 구매나 일시적 자금 지원에 그친 반면 최근에는 직접 설립하거나 투자, 공동 프로젝트 진행 등 고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회적기업이 자리를 잡기 위해선 정부 주도의 육성ㆍ지원 정책에서 벗어나 민간 기반의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직접적 지원을 늘리기보다 수익을 내면서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는 사회적기업이 많아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데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조영복 부산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금까지 사회적기업의 수를 늘리는 데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제대로 된 사회적기업이 늘어나 지속 가능한 규모의 경제를 만들도록 해야 한다”며 “사회적기업이 필요로 하는 자금을 민간에서 조달할 수 있도록 사회적 금융을 제도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대기업의 사회공헌도 보다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투자 형태로 옮겨가야 한다”고 말했다.

포항ㆍ화성=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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