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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노블, 좁지만 깊은 인기 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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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노블, 좁지만 깊은 인기 누린다

입력
2017.08.20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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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고양시 교보문고 일산점에 마련된 만화책 코너에서 사람들이 책을 골라보고 있다. 교보문고 제공
경기 고양시 교보문고 일산점에 마련된 만화책 코너에서 사람들이 책을 골라보고 있다. 교보문고 제공

전설적 종군 사진기자의 삶을 그린 ‘로버트 카파 사진가’(포토넷 발행). 프랑스 뤼크 베송 감독의 영화로도 곧 소개될 예정인, 우주를 무대로 한 SF블록버스터 ‘발레리안’(휴머니스트 발행). 1차대전의 참상을 있는 그대로 펼쳐 보인 ‘제1차세계대전’ ‘그것은 참호전이었다’(서해문집).

출판계에 그래픽 노블 발간이 이어지고 있다. 그래픽 노블은 흥미나 재미 위주로 만들어진 만화와 달리 소설이나 다큐멘터리처럼 탄탄한 스토리가 뒷받침됐으나 이를 화려한 만화로 풀어내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책들을 가리킨다.

뤽 베송 감독이 영화화한 그래픽 노블 '발레리안'.
뤽 베송 감독이 영화화한 그래픽 노블 '발레리안'.

그래픽 노블 증가세는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매년 출간되는 그래픽 노블 종수를 보면 2014년까지는 50~60종을 맴돌다가 2015년 100종으로 껑충 뛰어오른 뒤 올해에는 8월 현재까지만 해도 93종이 나왔다. 이대로면 120종도 가능하다.

그래픽 노블 증가의 일등공신은 뭐니뭐니해도 마블 코믹스의 활약이 꼽힌다. 최근 몇 년간 엑스맨, 아이언맨, 헐크, 스파이더맨, 캡틴 아메리카 등 마블 코믹스의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들이 잇달아 소개됐다. 마블 코믹스 책을 제외한 올해 교보문고 집계를 봐도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열연한 TV시리즈물로 유명한 ‘셜록’(영상출판미디어 발행), 영화가 인기를 끈 ‘브이 포 벤데타’(시공사 발행)가 리스트에 올라 있다.

영화는 출판계가 그래픽 노블의 시장성에 주목한 이유이자, 그래픽 노블의 문턱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도서정가제 이후 불기 시작한 동네책방 열풍도 한 몫 했다. ‘개성’을 내세우는 작은 서점들은 아무래도 차별화된 책을 찾게 마련인데, 부담없이 볼 수 있는 그래픽 노블은 좋은 대안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래픽 노블의 장점은 입소문을 통한 은은한 인기다. 가령 올해에까지 판매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아트 슈피겔만의 ‘쥐’(아름드리미디어 발행)는 1994년 국내 첫 소개됐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아우슈비츠의 참상을 10여년의 취재 끝에 그려낸 이 작품은 그래픽 노블로서는 유일하게 퓰리처상을 받았다.

아우슈비츠를 다뤄 퓰리처상을 받은 '쥐'는 꾸준히 팔리고 있는 명작이다.
아우슈비츠를 다뤄 퓰리처상을 받은 '쥐'는 꾸준히 팔리고 있는 명작이다.

이충오 아름드리미디어 편집자는 “그래픽 노블이라는 개념 차제가 없고 만화책이라면 무조건 다 대본소로 나가던 시절에 모험적으로 펴낸 책인데 지금까지 매해 꾸준히 계속해선 나가고 있는 명작”이라며 “작품 자체의 완성도가 높다 보니 입소문을 통해 찾는 이들이 끊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제가 좀 별나긴 합니다만’(이숲 발행)도 비슷한 경우다. 자폐증의 일종으로 우리 귀엔 낯선 아스퍼거 증후군을 다룬 프랑스 작품인데 의외로 인기가 있었다. 이숲의 김문영 편집자는 “이전에도 ‘정신병동 이야기’ ‘공황장애 탈출기’ 같은 책을 낸 적이 있는데, 이런 책들은 자신, 혹은 주변인들의 불편한 상황, 고충을 서로 이야기하고 나누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격려를 받는다”면서 “그 덕분에 우리가 낸 그래픽 노블은 폭발적 반응이 있다기보다 생명력이 무척 강해서 오래가는 편”이라고 말했다.

'아스퍼거 증후군'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다룬 그래픽 노블 '제가 좀 별나긴 합니다만'.
'아스퍼거 증후군'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다룬 그래픽 노블 '제가 좀 별나긴 합니다만'.

은은하게 깊은 인기를 모은다지만, 그래픽 노블의 증가가 하나의 단단한 흐름이라고 말하긴 여전히 이르다. 그림이 많이 들어가다 보니 아무래도 제작비가 비싸다. 그러니 책값이 2만원이 넘는 경우가 많다. 맥락의 문제도 있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일반 문학작품과 달리 그래픽 노블은 조금 더 ‘장르화’된 영역이라 해외에서 좋은 평가나 큰 상을 받았다 해도 우리나라에 소개하기엔 만만치 않은 경우가 많다”며 “아직은 시장 개척을 위해 이런저런 시도를 하는 등 문을 열기 위해 노력하는 시기라도 본다”고 말했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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