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이 2017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결승 진출에 아쉽게 실패했다.
허재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0일(이하 한국시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열린 2017 FIBA 아시아컵 이란과 준결승에서 접전 끝에 81-87로 졌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21일 0시 30분 같은 장소에서 뉴질랜드와 3위 자리를 놓고 싸우게 됐다.
이란은 2007년과 2009년, 2013년 이 대회 정상에 오르는 등 최근 아시아 남자농구에서 중국과 함께 ‘양강 체제’를 이루고 있는 나라다. FIBA 랭킹도 이란은 25위로 30위인 우리보다 높다. 특히 미국프로농구(NBA)에서 활약한 키 218㎝의 장신 센터 하메드 하다디의 존재가 위협적이다.
이날 경기에서는 이란이 기선을 잡았다.
우리나라는 초반 하다디가 버틴 이란의 높이에 압도당하면서 1쿼터 한때 6-27, 21점이나 끌려갔다.
지난해 FIBA 아시아 챌린지 대회에서 이란과 두 차례 만나 모두 30점 이상 크게 패한 악몽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한국은 2쿼터부터 대반격에 나섰다. 전준범(모비스)이 3점 슛 3개를 몰아치며 점수 차를 좁히기 시작, 전반을 33-39까지 따라간 가운데 마쳤다. 특히 이승현(상무)이 전담 수비수로 나선 하다디에게 전반 자유투로만 2점을 내주며 잘 틀어막았다.
3쿼터에서도 우리나라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오히려 39-48에서 이승현, 전준범, 오세근(KGC인삼공사)의 연속 득점으로 46-48까지 따라붙었고 3쿼터 종료 3분 46초 전에는 이정현(KCC)의 3점 슛으로 51-51, 균형을 이루는 데 성공했다.
1쿼터 초반 21점 차 열세를 다 따라잡는 순간이었다. 한국은 내친김에 허웅(상무)의 3점 슛으로 54-51, 역전까지 이뤄냈고 3쿼터를 61-57로 앞서며 끝냈다.
이란의 저력은 만만치 않았다. 4쿼터 접전 상황에서 한국은 이정현이 4점 플레이에 성공하며 종료 5분 51초를 남기고 71-70 리드를 잡았다. 그러나 이란은 사자드 마사에키의 2득점과 모함마드 잠시디의 3점 슛으로 75-71로 재역전했다.
한국도 오세근의 3점 플레이로 다시 75-74까지 따라붙었으나 이란은 이때까지 야투 성공이 없었던 하다디가 골 밑에서 연속 득점을 올리며 종료 3분 24초를 남기고 79-74로 달아났다.
한국은 종료 47초 전 허웅의 자유투 2개로 78-81을 만들며 마지막 상황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마지막에 웃은 쪽은 이란이었다. 종료 27초를 남기고 골 밑에서 하다디의 패스를 받은 아살란 카제미가 승부에 쐐기를 박는 2점을 올려놓으며 5점 차를 만든 것이다.
한국은 오세근이 21점, 전준범 20점 등으로 분전했으나 4쿼터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2003년 이후 14년 만에 아시아컵 결승 진출의 꿈이 무산됐다.
이란은 하다디가 득점은 7점에 그쳤으나 14리바운드, 8어시스트를 기록했고 미국 오리건대 출신 카제미도 19점, 10리바운드로 승리를 이끌었다.
이 대회 결승은 이란과 호주(10위)의 대결로 열리게 됐다. 한국은 3-4위전 상대인 뉴질랜드(20위)와는 조별리그에서 한 차례 만나 1점 차 승리를 거둔 바 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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