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면 강 주변의 주민들은 두려움에 잠들지 못한다. 수십 년간 이어져온 몬순의 악몽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현실이 됐다. 폭우로 인해 무너진 흙더미는 집과 사람을 뒤덮으며 끔찍한 피해를 가져왔고, 여러 마을이 통째로 물에 잠겨 길은 없어지고 바나나 나무를 엮어 만든 위태로워 보이는 뗏목과 쪽배만이 유일한 이동수단이 됐다.
인도 북부와 네팔, 방글라데시 남부, 중국 일부 지역에서 여름철 계절풍인 몬순으로 홍수와 산사태가 발생해 수백 명이 목숨을 잃었고 수백만 명이 피난지역으로 이동해 불편한 생활에 처해 있지만 정부의 구호 손길은 더디고 멀기만 하다. 올해 최악의 사태는 시에라리온에서 발생했다. 산사태로 400명 이상 숨지고 수천 명의 이재민이 발생해 국가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늘어나는 사상자와 거리에 방치한 시신 때문에 전염병에 의한 2차 피해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매년 몬순에 의해 인명과 생활의 터전을 잃는 악몽이 재현되지만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들의 몫이다. 정부가 나서 비가 올 때마다 범람하는 강을 정비하고 대비하는 정책을 실행하지 못한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남아시아 지역을 강타한 자연재해는 고온다습하고 비가 많은 열대 몬순 기후의 영향으로 6월에서 10월까지 우기 기간에 흔히 발생한다.
네팔 삽타리 지역에서 죽은 아이의 시신을 안고 물 속을 걸어가는 한 남자의 모습은 몬순이 가져온 처참함을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아직도 홍수로 인한 피해는 계속 되고 있으며 수재민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지구촌의 따뜻한 손길이 필요하다.
홍인기 기자
정리=박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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