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차렷, 국민 여러분께 경례.”
지난 13일 전국 경찰 지휘부 화상회의가 열린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9층 회의장.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이철성 경찰청장, 강인철 중앙경찰학교장이 머리를 조아렸다. 이 청장과 강 교장이 최근 벌인 이전투구 때문이다. 김 장관은 이날 두 사람에게 차례로 발언하도록 하면서 대국민사과까지 시켰다.
박근혜 정부 마지막 경찰청장인 이 청장과 광주지방경찰청장을 지낸 강 교장은 최근 촛불집회 당시 페이스북 글 삭제 지시 의혹을 놓고 진실공방을 벌였다. 지난해 11월 광주를 ‘민주화 성지’로 표현한 광주경찰청의 페이스북 문구를 이 청장이 지우라고 했고, 이 일로 보복성 감찰을 받았다는 게 강 교장의 주장이다. 이 청장은 이를 전면 부인하면서 경찰 수뇌부간 진흙탕 싸움으로 비화했다.
이 일로 최대 현안인 검경 수사권 조정이 경찰에 불리하게 흐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김 장관까지 직접 나서면서 두 사람간 싸움 자체는 겉으로 보기에는 봉합된 듯하다. 이 과정에서 김 장관은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했다. 행안부 장관이 외청인 경찰청에 대한 지휘권을 갖고는 있지만 김 장관의 행보는 이례적이었다. 경찰 지휘부 회의에 모습을 드러낸 것도 흔치 않다. 김 장관의 독자적인 행동이 아닌 청와대와의 조율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의 대구 시장 유력 후보로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는 그가 주가를 높인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이러한 여론을 의식한 듯 그는 입각하면서 “내년 선거에 출마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분명히 선을 그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김부겸 차출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미 대선주자급으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그의 다음 행보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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