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공동위원회 특별회기
기싸움 끝 서울서 개최 확정
합의 땐 11월부터 본격 줄다리기
미, 무역 불균형 놓고 압박할 듯
정부는 러스트벨트 수혜 부각기로
미국 내에선 “성급한 실수” 여론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에 들어가기 위한 첫 단계인 ‘공동위원회 특별회기’가 22일 서울에서 열린다. 양측의 통상이익을 둘러싼 치열한 줄다리기가 본격화된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가 22일 서울에서 열린다고 18일 발표했다. 양국이 특별회기 개최 장소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으나, FTA 협정문의 규정 대로 개최 요청을 받은 한국에 협상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22일 회의는 제이미어슨 그리어 USTR 비서실장, 마이클 비먼 대표보 등 미국 대표단이 방한해 진행한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등의 일정으로 방한하지 않는다. 산업부는 “양측 수석 대표인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가 22일 영상회의를 가진 후 고위급 대면 회의가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로써 사실상 ‘FTA 개정 협상’자리인 공동위원회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의지대로 한미 FTA 발효 5년 만에 열리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도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통해 “한미FTA는 양국 모두에 호혜적인 결과를 낳았다는 점을 충분히 제시하면서 국익의 균형을 지켜내도록 당당하게 협상할 것”이라고 밝혀 한미 FTA 개정 협상을 공식화했었다.
양측이 공동위에서 FTA 개정 협상 개시에 합의하면, 본격적인 협상은 이르면 11월부터 진행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통상절차법에 따라 공청회와 통상조약 체결계획 수립, 대외경제장관회의, 국회 보고 등을 거쳐야 하고, 미국은 협상 개시 90일 전에 의회에 협상 개시를 통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특별회기에서 미국은 한국의 대(對) 미 무역수지 흑자를 근거로 한국 정부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이 6월 한미 정상회담 직후 “한미 FTA 시행 이후로 양국간 불균형 무역규모가 2배로 늘었다”고 밝힌 것처럼 무역 적자에 대한 불만이 높은 상태다.
그러나 미국이 주장하는 무역 적자 규모와 원인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한국의 대미 수출 증가는 한미 FTA 영향보다는 미국 경제 회복과 시장 수요 증가 때문으로 봐야 한다”며 “무역 불균형은 FTA 때문이 아니라 양국의 경제ㆍ산업 구조 차이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국 내에서도 “한미 FTA가 무역적자 폭을 키웠다는 명확한 증거는 없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미국 상공회의소 마이론 브릴리언트 부회장이 한미 FTA 폐기를 “성급한 실수(rash mistake)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 게 대표적이다. 최남석 전북대 무역학과 교수는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가 방한하지 않는 것만 봐도, 한미 FTA 개정 협상의 중요성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 당시보다 낮아진 것”이라며 “한미 FTA가 다루고 있는 분야가 광범위하고, 양국간 수혜를 보는 부분도 다르기 때문에 자동차, 철강 등 제조업 분야 등을 중심으로 미국 측이 부분개정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부는 한미 FTA 개정에 앞서 효과 분석이 우선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미 FTA가 양국에 모두 이익이 됐다는 점을 강조하고,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기반인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 지역이 한미 FTA의 수혜를 입었다는 점을 부각시킬 계획이다. 정부는 이미 ‘한미 FTA 체결로 미국 50개 주 중 40곳에서 대 한국 수출이 증가했다’는 분석 결과를 미 USTR에 제출한 상태다. 산업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러스트벨트 지지자들을 의식해 한미 FTA 때문에 이 지역 일자리가 감소했다고 주장했으나, 실제론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 위스콘신 등 러스트벨트에 속한 지역은 대 한국 수출이 연평균 45% 늘었다”며 “FTA 발효 효과에 대해 양국이 객관적으로 살펴보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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