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후퇴 논란 일 듯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선택약정 요금할인율’을 20%에서 25%로 올리는 내용의 행정처분 공문을 18일 오후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이동통신 3사에 발송했다. 선택약정 할인은 휴대폰 구입 때 보조금을 받지 않는 대신 매달 요금을 할인받는 제도다. 과기정통부는 기존 20% 할인을 받고 있는 가입자들에게는 할인율 상향을 강제하지 않기로 결정해 이통 3사와 협상의 여지를 남겼으나,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공약 후퇴라는 비난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18일 이통업계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이날 9월 15일자로 선택약정 요금할인율을 5%포인트 올리는 행정처분을 내렸다. 과기정통부는 기존 가입자의 경우 일단 할인율 상향 대상에서 제외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현행법상 기존 가입자에 대해 요금할인율을 상향하도록 이통사를 강제할 방법이 없다”며 “기존 가입자들의 요금할인율 조정, 위약금 부담 경감 등의 조치는 통신사들의 자율에 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원칙적으로 기존 20% 요금할인 가입자들도 25% 요금할인 대상이긴 하지만, 할인을 받으려면 개별적으로 이통사에 신청해 재약정을 해야 하고 기존 약정의 해지에 따른 위약금도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요금할인율 상향 조치가 시행되는 다음달 15일까지 이통사들과의 추가적인 협의를 통해 기존 가입자들의 위약금을 줄이거나 면제하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며 기존 가입자들도 할인율 상향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과기정통부가 25% 요금할인을 신규 가입자에게만 적용하기로 한 데는 이통 3사의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이통 3사는 기존 가입자에게도 할인율 상향을 일괄 적용할 경우 매출 타격이 크다며 난색을 보였다. 할인율을 12%에서 20%로 올리던 2015년에는 기존 가입자가 17만명에 불과해 부담이 적었지만, 지금은 1,500만명에 달해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기존 가입자 1,500만명에게 25% 요금할인을 적용할 경우 이통 3사의 매출 감소분은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과기정통부가 할인율 상향을 신규 가입자에게만 적용하기로 하면서 당장 이통 3사와의 충돌은 피하게 됐지만 공약 후퇴 논란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녹색소비자연대ㆍ참여연대ㆍ한국소비자연맹 등 6개 소비자ㆍ시민단체는 지난 1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추진 중인 25% 이동통신 약정 요금할인을 기존 가입자에게도 적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공동 성명서에서 “25% 요금할인을 신규 가입자에게만 적용할 경우 기존 가입자는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한다”며 “이는 새 정부의 정책 신뢰도에 큰 상처를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기존 가입자의 명시적인 반대 의사표시가 없는 한 25% 할인을 자동적용해야 한다”며 “더불어 국민 대다수가 통신비 인하를 체감할 수 있도록 대통령의 기본료 폐지 공약 이행 방안을 다시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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