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오수 합류식… 비오면 그대로 형산강행
“전량 하수처리장 보내겠다”는 빈말
월류방지보 높여 폐수 범람 차단 가능
공사비 1000만원 불구 여전히 “계획 중”
경북 포항시가 형산강 수은오염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포항철강산업단지의 오폐수를 시 하수처리장으로 보내지 않고 그대로 형산강으로 방류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포항시는 철강산업단지의 오폐수가 모이는 구무천 퇴적물에서 기준(0.07㎎/㎏)의 1만3,000배가 넘는 수은이 검출되자 ‘구무천 물 전량을 처리장으로 보내겠다’고 했지만 이마저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포항시에 따르면 포항철강산업단지 내 오폐수는 구무천으로 흘러든 뒤 지름 30㎝의 오폐수관, 산업단지 펌프장을 거쳐 하수처리장으로 유입된다. 하지만 지난 16일에 이어 17, 18일에도 구무천으로 흘러나온 산업단지 오폐수는 모두 형산강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오폐수가 강으로 유입되지 않고 하수관로로 들어가도록 구무천에 설치된 높이 25㎝의 보(물막이)도 무용지물이었다.
구무천은 남구 장흥동 D산업을 시작으로 송내동 장흥교 아래까지 총 길이 3㎞의 소하천으로, 이곳에서는 사실상의 오폐수관로나 마찬가지다. 단지 내 130여 업체를 가로 질러 흐르는 동안 이들 공장에서 오폐수가 유입된다. 공장에서 1차 처리한 산업폐수와 식당 등에서 나온 오수는 모두 구무천으로 들어간다. 비가 오면 산업단지 내 야적장 원료나 도로 위 중금속 가루도 유입된다. 포항시는 심하게 오염된 구무천 물이 형산강으로 바로 들어가지 않도록 높이 25㎝의 보를 설치, 별도의 관로를 통해 하수처리장으로 보내고 있지만 비만 오면 처리되지 않은 오폐수가 형산강으로 넘치는 것이다.
특히 1년 전 형산강 수은 재첩 사태 이후에도 하수처리장으로 유입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포항시는 지난달 구무천 퇴적물에서 기준(0.07㎎/㎏)의 1만3,000배가 넘는 916㎎/㎏의 수은이 검출되자 “전량 하수처리장으로 보내 처리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지키지 않았다. 더구나 형산강 유입을 막기 위해 사업비 1,000만 원을 들여 보의 높이를 지금보다 25㎝ 더 올리기로 했지만 이 역시 계획 단계에 머물러 있다.
포항시는 “평소에는 유량이 적어 모두 하수처리장으로 가지만 보의 높이가 25㎝밖에 되지 않아 비가 많이 오면 넘칠 수 밖에 없다”며 “유량이 많아도 산업단지 오폐수에 들어 있는 중금속은 비중이 높아 바닥에 가라앉기 때문에 강으로 나가지 않고 매설된 하수관로로 유입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박희정 포항시의원은 “중금속 성분은 무거워 강으로 흘러가지 않는다면 오염 방지책으로 ‘전량 하수처리장으로 보내겠다’는 계획은 왜 발표했느냐“며 “포항시가 스스로 마련한 대책조차 이행하지 않는다면 시민들의 불안감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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