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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싱 장군에게 배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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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싱 장군에게 배우라고?

입력
2017.08.18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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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테러리스트를 비판하기 위해 허구의 역사적 사실을 게시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트럼프 트위터 캡처.
이슬람 테러리스트를 비판하기 위해 허구의 역사적 사실을 게시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트럼프 트위터 캡처.

미국 샬러츠빌 폭력사태에 대해 양비론을 고집해 비판을 받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바르셀로나에서 발생한 이슬람 극단주의 차량 테러에는 즉각적인 반응을 내놨다. 하지만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을 비판하려고 가공의 역사적 사실을 트위터에 인용해 논란이 불거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바르셀로나 차량 테러 발생 2시간 만에 트위터에 “미국은 바르셀로나에서 벌어진 테러 사건을 규탄한다. 도움이 필요한 모든 일을 할 것”이라며 “강해져라, 우리는 여러분을 사랑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가 1시간 뒤 트위터에 올린 “퍼싱 장군이 테러리스트들에게 한 일을 배워라. 그곳에선 극단주의 이슬람 테러가 35년이나 없었다”는 게시물이 논란이 됐다. 그가 인용한 존 퍼싱(1860~1948) 장군은 미국의 필리핀 점령기인 1909~1913년 모로 지방을 통치하며 무슬림 테러리스트 50명을 잡아, 무슬림들이 기피하는 돼지 피를 총알에 묻혀 그 중 49명을 총살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 트럼프 대통령은 바르셀로나 테러 배후로 자처한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등에 강경한 대처를 주문하기 위해 이 이야기를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무슬림 테러리스트들을 가혹하게 처형한 퍼싱 장군의 ‘전설’은 9ㆍ11테러 직후부터 온라인에서 떠돌기 시작했으나 미국 역사가들은 이 전설을 “근거가 없거나, 근거가 매우 희박하다”며 사실상 가짜로 결론 내린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06년 2월 대선 경선 당시 보수세력이 강한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유세 당시에도 퍼싱 장군의 전설을 인용했으나 당시 다수 언론들은 팩트체크를 통해 사실 여부가 확실치 않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측 선대본부장인 코리 루언다우스키는 선대본부에서도 이 이야기가 ‘신화;인 것을 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심지어 인터넷 매체 복스(Vox)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 글을 게시했을 때는 바르셀로나 테러가 차량돌진이었는지 사실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불리한 샬러츠빌 폭력사태 때는 입장 표명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한 이슬람 배후로 추정되는 테러가 발생하자 재빨리 반응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대한 우회적인 비판인 셈이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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