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직 부장판사에게 재판 청탁 명목으로 억대의 뇌물을 건넨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정운호(52)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2심에서 형량이 줄어들었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김인겸)는 18일 뇌물공여와 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정 전 대표의 항소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정 전 대표가 회사자금을 빼돌린 혐의는 여전히 유죄로 인정했지만, 부장판사에게 뇌물을 준 혐의는 1심과 달리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정 전 대표는 회사를 운영하면서 107억원이 넘는 회사자금을 도박 빚 청산이나 로비자금 등 개인 돈처럼 썼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검찰 수사관에게 2억5,000만원이 넘는 뇌물을 건네고 위증을 하면서 사법정의 구현을 방해했다”며 “특히 돈이면 뭐든 다 해결할 수 있다는 그릇된 행태를 보여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질타했다.
그러나 정 전 대표가 2014~2015년 김수천(58) 당시 부장판사에게 재판 청탁 명목으로 레인지로버 차량 등 1억6,000만원대 뇌물을 준 혐의는 1심과 달리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김 부장판사가 담당할 구체적인 사건과 관련해 정운호씨가 뇌물을 줬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김 부장판사 재판에서도 같은 취지의 판단이 내려졌다”고 설명했다. 앞서 김 전 부장판사는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 받았지만, 항소심에선 뇌물 혐의가 인정되지 않아 징역 5년으로 감형됐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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