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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윤의 뻔한가요] 백미경이라는 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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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윤의 뻔한가요] 백미경이라는 괴물

입력
2017.08.18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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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위있는 그녀' 백미경 작가

[한국스포츠경제 최지윤] 바야흐로 작가 백미경의 시대다. 장르를 불문하고 탄탄한 서사와 입체감 있는 캐릭터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사랑하는 은동아’부터 ‘힘쎈여자 도봉순’과 ‘품위있는 그녀’까지. 침체기에 빠진 JTBC 드라마의 부활을 이끌었다. 백 작가의 흥행 불패 신화는 우연이 아니었다.

백 작가는 방송계의 이단아나 다름없다. 그 흔한 작가교육원 출신이 아니다. 보조 작가도 단 1명만 두고 있다. 20년 지기 대학 후배에게 대본 모니터를 받는 게 전부다. 백 작가는 “보조 작가는 대사 한 줄도 쓰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유명 작가들이 많게는 5~10명 가까이 보조 작가를 두는 것과 비교됐다.

2000년 제1회 MBC 프로덕션 영화 시나리오 공모 우수상을 시작으로 2013년 SBS 극본공모전 대상, 2014년 MBC 극본공모 미니시리즈부문 우수작으로 선정되며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드라마ㆍ영화, 단막ㆍ미니시리즈 가리지 않고 공모전을 싹쓸이했다. 2014년 SBS에서 2부작 ‘강구이야기’로 지상파에 입봉했다. 때문에 미니시리즈도 지상파에서 선보이고 싶은 마음이 컸을 터. 하지만 숱한 러브콜을 뿌리치고 JTBC와 손잡았다. 이례적인 행보였다. ‘을일 때 갑처럼, 갑일 때 을처럼’한다는 평소 소신을 굽히지 않은 것이다. 백 작가는 ‘품위있는 그녀’ 제작발표회에서 “2015년 ‘사랑하는 은동아’ 때 MBC 드라마를 거절하고 JTBC에서 했다. 지상파에서 편성됐다고 바로 가는 게 폼이 안 나더라. ‘품위있는 그녀’도 지상파 2곳에서 욕심을 냈다. 하지만 ‘도봉순’과 방송 날짜가 겹쳐 사전제작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희선(왼쪽), 김선아

백 작가의 파워는 한 장르에만 특출 나지 않다는 점이다. 작가들은 한 분야를 파고들어 자신의 영역을 구축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를테면 김은숙 작가가 여심을 자극하는 로맨스에 능하고, 김순옥 작가는 막장계의 한 장르를 평정한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백 작가는 로코, 멜로, 스릴러, 휴먼 코미디, 사극 등을 가리지 않는다. 과히 ‘하이브리드 작가’라고 칭할 만하다. 특히 ‘도봉순’과 ‘품위있는 그녀’ 모두 여성 캐릭터를 특색 있게 그렸다는 점에서 박수를 받을 만하다. 올해 이영애, 고소영 등 40대 톱 여배우들이 10여년 만에 복귀했지만 초라한 성적을 받았다. 반면 김희선, 김선아는 ‘품위있는 그녀’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백 작가 특유의 배우 맞춤형 캐릭터가 한 몫했다는 분석이다.

드라마 평정을 마친 백 작가는 스크린 접수도 앞두고 있다. 내년 2월 정우, 김주혁 주연의 사극 영화 ‘흥부’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각본뿐만 아니라 제작에도 참여한 작품이다. 관계자들은 “이렇게 단 기간에 몸값이 기하급수적으로 오른 작가는 처음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만큼 실력이 보장돼 믿고 보는 것 아닐까. 백 작가의 전성시대는 이제 시작이다. 사진=백미경, JTBC 제공

최지윤 기자 plai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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