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제2 도시인 바르셀로나의 중심가에서 차량 돌진 테러가 발생, 13명이 숨지고 100여 명이 다쳤다. 극단주의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는 이번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힌 가운데, 경찰이 용의자 2명을 잇따라 체포해 조사 중이다. 부상자 중에 상태가 위중한 환자가 많아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7일 카탈루냐 자치정부와 바르셀로나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쯤(현지시간) 흰색 밴 차량이 바르셀로나 구시가지 람블라스 거리와 카탈루냐 광장을 잇는 지점에서 갑자기 보도에 있던 군중을 향해 돌진했다. 이번 테러로 현재까지 13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다쳤으나, 부상자 중 약 15명이 중태인 것으로 파악돼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휴가철 바르셀로나 구도심의 평화로운 저녁은 일순간에 벌어진 차량 테러로 ‘생지옥’으로 변해버렸다. 문제의 밴 차량 운전자는 군중들을 차로 친 직후 현장을 빠져 나와 도주했다. 사건 발생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용의자 1명이 경찰에 체포됐고, 곧이어 다른 한 명의 용의자도 체포됐다.
경찰은 체포된 용의자 둘은 각각 모로코와 스페인 국적이라고 밝혔다. 둘 모두 테러에 이용된 차량의 운전자는 아닌 것으로 파악됐으며, 경찰은 핵심 용의자인 달아난 운전자를 쫓고 있다. 경찰은 또한 이번 사건을 “테러 공격”으로 즉각 규정했다.
유럽과 중동에서 다수의 무차별 테러를 자행한 극단주의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는 자신들의 선전매체인 아마크통신을 통해 이번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와 관련해 체포된 용의자들이 차량돌진 테러 발생 전날인 16일 밤 바르셀로나 남쪽으로 200㎞ 떨어진 지역의 주택에서 일어난 폭발사고와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폭발사고와 관련해 정확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사고로 1명이 숨지고 여러 명이 다친 것으로 파악됐다.
당국은 차량테러 현장에 폴리스라인을 설치한 뒤 시민들을 긴급 대피시키는 한편, 인근 상점들에 일시 폐쇄를 명령하고 근처의 지하철역 출입을 통제했다. 카탈루냐 경찰청은 트위터를 통해 람블라스 거리 인근에 접근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테러가 발생한 바르셀로나는 스페인 제2의 도시이자 제1의 관광도시로, 람블라스 거리는 바르셀로나 구시가지의 상점들이 모인 유명 관광지이며 평소에도 시민과 관광객 등 유동 인구가 많다. 한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이날 사건 현장 인근의 호텔에도 한국인 관광객들이 투숙해 현장 상황을 목격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현재까지 한국인 사상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주스페인 한국대사관은 밝혔다.
유럽에서는 이슬람국가(IS) 등 극단주의 집단의 영향을 받은 차량 테러가 빈발하고 있다. 2016년 7월 프랑스 남부 도시 니스, 12월 독일 베를린에서 트럭이 군중을 덮쳤고 올해 3월에는 영국 런던 국회의사당 근처에서, 4월에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6월에는 영국 런던브리지와 북런던 모스크 앞에서 차량 폭주 테러가 이어졌다. 사건이 발생한 카탈루냐 광장과 람블라 거리는 바르셀로나의 대표적 관광지로 여름 휴양객들이 자주 찾는 곳이기에 범인들이 불특정 다수 피해자를 의도적으로 노려 공격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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